“오늘은 어제와 다름이 없고 내일 또한 오늘과 다르지 않으리라” 무엇보다 소중하면서도 남루한 것이 사실이기도 하던 갈릴레아 어부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오늘 복음은 구약성서의 대예언자들에 비해 자신들의 문화적, 종교적 유산의 혜택을 많이 받지 못한 소박한 어부에게 어울리는 ‘소명사화’ 다. 하느님을 만난다 함은 해야 할 일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 측의 첫 응답은 보통 회피다.
불타는 가시덤불에서 하느님을 만나 ‘나는 말을 못한다’ 며 임무를 사양하려는 모세, 오랜 갈등으로 정화된 후에야 동굴 어귀에서 가녀린 소리로 임무를 부여받는 엘리야, 하느님의 현현 앞에 ‘나는 입이 부정한 인간이니 큰 일 났구나’ 하며 두려워하던 이사야, 뒤로 빼다가 ‘아이라는 소리를 하지 말라’ 는 말씀을 듣는 예레미야와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현현에 베드로의 반응도 ‘나는 죄인입니다. 내게서 떠나 주십시오’ 이다.
돌아보면 자신도 모르고 물정도 잘 모르던 아주 순진무구할 때 외에는 대개 이런 반응을 보인다. 예레미야 15:16 말씀 내리시는 대로 저는 받아 삼켰습니다. 만군의 야훼 하느님, 이 몸을 주님의 것이라 불러주셨기에 주님의 말씀이 그렇게도 기쁘고 마음에 흐뭇하기만 하였습니다.
그러나 봄날은 간다. 18 “이 괴로움은 왜 끝이 없습니까? 마음의 상처는 나을 것 같지 않습니다. 주께서는 물이 마르다가도 흐르고, 흐르다가도 마르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도랑같이 되셨습니다. “
베드로를 위시한 우리 제자들이 가야할 길이 멀다. 그 길을 먼저 알았더라면 아마 나서지 않았을 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