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에 담긴 뜻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우리 피부에 낯설지 않게 와 닿는 말이 있을까?
‘바닷마을 다이어리’
15년 전 가족을 버린 아버지의 장례식,
장녀 사치는 어릴 적 자기와 꼭 닮은 아이를 만났다.
조그마한 바닷가 마을 가마쿠라에 살고 있는 ‘사치’, ‘요시노’, ‘치카’는 15년 전 집을 떠난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장으로 향한다. 어머니도 어린 그들을 버리고 개가하여 떠났다. 아버지에 대한 미움도, 추억도 어느덧 희미해졌지만 홀로 남겨진 이복 여동생 ‘스즈’에게만은 왠지 마음이 쓰여 함께 사는데... 어린 자매들을 버리고 개가한 어머니, 유부남인 남자친구와 헤어지는 일을 겪으며 사는 게 무엇이 아닌지 알게 된 사치의 독백이 길게 여운을 남긴다.
“누구의 탓도 아니야!”
사람이 한세상 산다는 일은 복잡다단하게 이리 저리 엉키고 설켜 엄밀히 말하자면 딱히 누구 한 사람의 잘못이랄 수 있는 일은 극히 드물다. 다시 말해 누구의 탓도 아니라 함은 모두의 탓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공동의 탓임을 조용히 수용하는 이 말이 일곱 번씩 일흔 번 용서하라는 뜻을 십분 잘 표현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