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연민

by 후박나무 posted Feb 16,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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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날 새벽 돌아가신 부모님에 대한 상념은 자신의 뿌리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진다. 고난회 외부지원자로 사회체험을 위해 장위동의 ‘마도로스’ 양말 공장에서 시작된 수도생활은 그 후 청주의 성심양로원으로 이어졌다.

 

주로 무의탁 노인들을 돌보던 성심양로원의 환절기는 줄초상이 나는 때였다. 당시는 젊은이로서 강 건너 불 모양이었는데 지금은 남의 일이 아니다. 한 밤에 일어나 앉아 가쁜 숨을 몰아쉬다보면 죽음이 그리 멀지 않음을 실감한다. 그렇게 한 삶을 마무리할 때가 가까워지니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쓸 마음도 생긴다.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을 읽은 뒤에는 그럴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

 

자서전이나 회고록 또한 시작이 있어야 한다. 누구는 태어난 시점부터 누구는 자신의 삶에서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부터 또 누구는 좀 더 시간을 거슬러 부모님 이야기부터 풀어낸다. ‘나는 누구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응답은 자신을 어떤 구도, 맥락 속에 놓는가에 따라 사뭇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히브리 성서와 크리스천 성서는 각기 유대인과 그리스도교인 들의 자기정체성에 대한 응답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많이 읽히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은 그 성찰과 반성이 개인에 그치지 않고 인간과 역사에 대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유대인들의 자서전격인 히브리 성서중 어제 신명기에서 이러한 대목이 있었다.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주 너희 하느님의 계명을 듣고,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하며 그분의 길을 따라 걷고, 그분의 계명과 규정과 법규들을 지키면, 너희가 살고 번성할 것이다. 또 주 너희 하느님께서는 너희가 차지하러 들어가는 땅에서 너희에게 복을 내리실 것이다. “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 위의 말씀이 참으로 맞는 말씀이긴 하나, 역사가 그렇게 기계적으로 이뤄진다면 그야말로 남아나는 인간이 있기는 있을 것인가? 왜냐하면 우리 인간이란 족속은 그렇게 살도록 되어 있지 않다는 체험 때문이다. 인간에 대한 다음과 같은 통찰이 첨가되어야 비로소 인간에 대한 이해가 완성되는 것이 아닐까?

 

예수께서는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하고 기원하셨다. 과연 우리들은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의식하며 할 수 있을까? 그런 한계의 인정은 타락을 부추기기보다 이웃 동료에 대해 좀 더 따뜻한 연민의 정을 갖게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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