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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헌하는 삶

2018.06.11 22:21

mulgogi 조회 수:81

                                                     이미경 엘리사벳(광주 글방)

 

천주교신자가 된 지가 벌써 20년 가까이 되어간다.

고향 집 옆에 있는 성당을 막연히 지나만 다니나가

신자가 되기로 결심한 것은 직장을 얻어 서울로 간 날부터이다.

직장 동료 중 천주교 신자가 계셨다.

그 분은 천주교 신자가 되고 싶어하는 나를 성당으로 안내해주셨다.

그리고 나의 대모가 되어주셨다.

교리를 받고 세례식을 거쳐 나는 천주교 신자가 되어 성체를 모실 수 있게 되었다.

서울에서 살 때 명동을 나갈 기회가 생기면 늘 명동성당에 들렸다.

성당 안에서 나는 엄마의 자궁 안에 있는 태아처럼 편안함을 느끼곤 했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전라도에 있는 한 대학에서

새로운 직업의 장을 열게 되었다.

전라도로 이사 온 후 제일 먼저 알아본 일은

근처 성당이 어디에 있는 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내가 5년간 살았던 남악지역에는 처음에는 건물을 임차하여

미사를 집전하다가 나중에 성당이 완공되었다.

매주 성당은 나가려고 노력했지만

진정 나의 마음으로는 하느님을 가까이 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 후 결혼을 하고 광주로 이사했다.

그리고 일 년 정도 일을 하다가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다.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 것은 아니라서

일을 계속 하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길을 열리지 않았다.

'하느님의 뜻이 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만 하고

기도를 통해 나를 다스리려는 노력은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내 마음은 늘 불편하였으며,

때때로 나 자신이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을까?"라는 생각만 마음 속에 늘 맴돌 뿐

내가 처해 있는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갑갑증만 더해지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성당 미사가 거의 끝날 무렵

'체나콜라 다락방 모임'에 대한 안내를 듣게 되었다.

기도한다는 소리에 귀가 번쩍 띄었다.

나 혼자서는 기도가 힘이 드는데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아

작년 겨울부터 지금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마다 기도회에 참석하고 있다.

기도회는 2시간 정도 진행된다.

묵주기도 10단을 바치고 성경 읽기, 묵상 나눔 등의 시간을 갖는다.

나눔은 나에게 삶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다른 사람들이 신앙생활을 어떻게 하는가를 간접적으로 듣고 지켜보면서

나의 약한 신심을 키우는 의미 깊은 시간이기도 하다.

특히 이 모임을 통해 그동안 막연하게 생각했던

'봉헌'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지니고 있는 모든 갑갑증과 고민을 스스로 해결하려 노력하기 보다는

하느님을 만나는 삶 속에서 나를 '봉헌'하며,

내 삶을 의탁하고 싶은 마음이 저절로 생겼다.

만약 이 기도회를 몰랐다면 나 혼자 삶의 고민들을 안고서

끙끙거리며 괴로운 일상을 보냈을 것이다.

이러한 기회를 주신 주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린다.

지금은 내 삶을 성모님께 봉헌할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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