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성령께서 독수리 날개에 태워 40여 년 전의 광주 화정동 피정센터로 데려갔던 것일까? 성. 토마스 사도축일 미사의 파견성가로 “내 한평생을…….(I have decided to follow Jesus, No turning back)” 부르던 중 불현듯 그렇게 37년 전 그 더웠던 여름날의 광주로 돌아갔다. 그때 나는 성소관심자로 예수고난회 성소 workshop 에 참석 중이었다. 워크숍동안 이 성가를 자주 불렀기에 자연스레 연상이 되어 깊이 Recollection 에 잠기게 되다. 7월 말부터 14박 15일의 긴 성소피정이었다. 용산에서 밤기차를 타고 비 내리는 새벽에 내린 송정리, 그리고 다시 화정동 피정센터…….그리고 워크숍 마지막 날, 나는 수도회를 수도회는 나를 서로 선택하였다. 예레미야가 “이 몸을 당신 것이라 불러주셨기에 한없이 기쁘고 희망에 찼던 시절, 첫사랑의 시절이라 했던” 마음이 십분 이해되던 시절이다.
워크숍 동안 박도세 신부가 담당하던 시간에 “하느님의 손가락” 에 대해 하셨던 말씀이 기억난다. “이제껏 길을 걸어오면서 혹시 이정표와도 같은 하느님의 손가락을 본 일이 있느냐고?” 박 신부님이 말씀하신 하느님의 손가락은 물론 토마스의 손가락과는 다른 것이다. 돌아보면 나름 길을 걸어오면서 하느님의 손가락을 보기는 했지만 가장 뚜렷한 징표는 워크숍에서 주어지지 않았나 한다.
장상시절 인도의 방갈로에서 회의를 마치고 마 신부님(Fr. McDonough)을 뵈러 남부의 코친에 간적이 있다. 간 김에 마드라스(첸나이)까지 들러 성. 토마스 기념성당도 방문하고. 토마스 성인과 관련된 복음본문을 아무리 뜯어봐도 토마스가 예수님의 못자국과 옆구리의 상처에 손가락을 넣었다는 이야기는 없는데도, 사람들은 그저 자신들의 첫인상을 읽어 오독을 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만들어 내나보다. 마드라스의 성. 토마스 성당에 토마스의 손가락만을 모신 곳이 있는걸 보면……
토마스 사도는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흐리멍덩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이런 성격의 사람은 그 삶에서 변곡점이 뚜렷하다. 그 전과 뒤가 확연히 다른…….마치 하느님의 손가락을 뚜렷이 보기나 한 것처럼 방향전환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