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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달마야 놀자'

by 후박나무 posted Jul 08,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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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처한 근본적인 상황을 석가모니는 dukkah로 파악했다. 둑카는 솜씨가 좋지 않은 목수가 어설프게 깍은 바퀴를 낀 수레처럼 뒤뚱거리며 불안정하게 가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석가모니는 인간이 처한 상황도 이와 비슷하여 삶은 늘 불안정하고 불완전하니 고통이라고 보았다. 이것이 삼법인 일체개고(一切皆苦 · Dukkha) · 제행무상(諸行無常 · Anicca) · 제법무아(諸法無我 · Anatta) 중 첫째인 일체개고다. 그리스도교가 인간이 처한 상황을 논할 때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인간에게는 원죄라고 불리울 만한 어떤 결함 혹은 경향성이 있어 구원받아야 할 불완전한 존재다. 이점이 강조될 때 세상은 하와의 후손들이 눈물을 흘리며 애원하는 눈물의 골짜기가 된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달마야 놀자” 라는 영화는 산사를 배경으로 원래 그곳에 있던 수도자 집단과 일시적인 도피를 위해 산으로 스며든 조폭들이 한 공간에 거주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하찮은 일에도 사사건건 부딪혀 난장판이 되기 쉬운 이질적인 두 집단에 질서를 부여하고 중심을 잡아주시는 분은 큰 스님, 말하자면 조실스님이다.

 

조실스님은 두 집단을 모아놓고 ‘화두’ 라 할 수 있는 문제를 하나 내신다. 스님이 내신 숙제는 화두가 늘 그렇듯 상식은 물론 합리성도 일찌감치 찜 쪄 먹은 문제다. 그들에게 주어진 과업은 “밑 빠진 독에 물을 가득 채우기” 다. 두 집단은 문자 그대로 밑 빠진 독에 물을 채우려 경쟁적으로 더욱 빨리 물을 길어다 붓지만 결과는 헛수고다. 이 불가능한 과업을 해결하기 위해 발상의 전환을 한 팀은 수도생활이라는 틀에 갇혀 어느 정도 박제 화된 수도자 집단이 아니라, 몰상식과 무모함으로 무장한 조폭집단이었다. 그들은 물을 길어다 붓는 대신, 밑 빠진 독을 연못에 던져 넣어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비슷한 이야기가 가톨릭에도 있다. 자신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려 도망치지만, 더 빨리 뛸수록 그림자도 빨리 쫒아와 끝내 벗어나지 못하고 지쳐 죽었다는 이야기. 밑 빠진 독을 연못에 던져 물을 가득 채우듯, 그도 나무그늘속에 들면 그림자는 사라졌을 것이다.

 

여기서 연못이나 나무그늘에 듦은 하느님의 현존 속으로 듦을 가리키는 손가락이다. 심재와 좌망을 거쳐 들게 되는 조철의 상태, 혹은 불교식으로 적정, 적멸 혹은 시간이 정지되고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하나가 되어 흐르거나, 집으로 돌아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비로운 아버지를 만나는 체험이다. 이렇듯 하느님의 현존에 드는 체험(부활체험)이 없거나 거기에 이르는 길을 가르치지 않는 종교나 영성은 필연적으로 누가 더 깨끗하냐. 혹은 누가 더 세세히 율법을 지키는가. 등의 불필요한 경쟁을 일으켜 종교 안에서도 우월감 혹은 열등감을 불러일으키고 분열케 한다. 하느님과 함께 ‘나’ 라는 옹기를 빚으며 걸어갈수록 어쩔 수 없이 옹기에는 금이 가게 마련임을 깨닫고 또 그런 금을 통해서만 빛이 스며들며, 이런 빛은 자신과 이웃과 세상을 단죄하지 않고 이해케 하여 화해시키는 빛임을 수긍하게 된다. 우리 보통사람들이 조폭집단에게 무엇을 기대하지 않듯이 예수의 고향사람들도 그랬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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