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프레임

by 후박나무 posted Dec 18, 2018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좋은 책과 우연히 조우하거나 뜻하지 않게 석학을 만나 짧은 시간 내에 세상을 보는 눈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좋은 영화를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에 남는 영화를 생각해보면 거기에는 삶을 관통하는 잊지 못할 명대사가 있다. 태초에 말씀이(로고스) 있었다는 선언으로 시작하는 요한복음뿐 아니라 신약성서의 언어는 그리스 어로 쓰였다. 그런 점에서 그리이스 영화인 ‘터치 오브 스파이스“ 는 로고스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답게 명대사가 많다.

 

“요리의 맛을 결정하는 향신료가 눈에 보이지 않듯이, 중요한 것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단다.”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 애피타이저는 여정의 신호탄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맛과 향기로 모험 가득한 앞길을 알린다.” 특히 오늘 뇌리를 스치는 ‘로고스’ 는 꿈이다. 영화에서는 할아버지와 파니스의 대화에서 흘러나온다. 트림을 한다는 것은 꿈이란 말과 관계가 있다고. 트림을 하는 것은 음식을 먹는 행위의 완결을 뜻한다. 꿈은 현실에서 완결되지 못한 부분을 보완하고 감히 바라지도 못하던 것을 바라게 한다. 거룩하다(Holy) 와 온전하다(Whole) 그리고 건강하다(Health) 가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말인 것처럼, 트림을 하는 것과 꿈을 꾸는 행위 사이의 관계도 의미심장하다.

 

성서에 나오는 유명한 꿈쟁이들이 그런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그들의 삶은 물론이고 세상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야곱의 아들인 꿈쟁이 요셉을 비롯하여 그 많은 이스라엘의 예언자들은 도저히 현실화될 것 같지 않을뿐더러 무모하게 보이던 꿈을 꾸고 동시대인들도 같은 꿈을 꾸도록 애쓴 이들이다. 그들은 현재의 질서와 관행을 마땅하고 옳은 일로 여기는 특정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고, 전혀 다른 관점에서 현실과 미래를 볼 수 있었던 이들이다. 사회의 모든 기득권 집단이 그들에게만 이로운 특정한 프레임을 온갖 매체를 통해 융단폭격을 퍼부을 때 그들은 어떻게 자신들만의 고유한 관점을 간직할 수 있었을까?

 

모든 이들이 일사분란하게 하나의 북소리에 맞춰 행진할 때, 내면에서 들리는 다른 북소리, 다른 리듬을 들을 수 있는 이들만이 여타의 잠든이 들과는 다른 행보를 취할 것이다. 역사의 시간을 바쳐 영원에 접속하려 기꺼이 시간을 내는 사람들은 그들에게 고유한 다른 프레임을 갖게 될 것이다.


  1. 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보통 우리는 하느님의 현존에서 멀리 떨어져 헤매다 고향으로 다시 돌아가고자 애쓴다. 그렇게 잃어버린 낙원으로 다시 돌아가는 길은 단식 외에도 참 다양하다.   일본영화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의 다도도 그런 여러 갈래의 길중 하나일 것이다. 그때그때...
    Date2019.01.2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53
    Read More
  2. Quantum leap-양자도약

    오늘 이사야서와 요한복음을 읽으며 “리스본행 야간열차”의 몇 대목이 떠오르다. 바빌로니아로 잡혀갔던 동포들의 귀환을 제2의 Exodus 로 여기며 대단히 화려하고 웅장한 귀환으로 묘사하던 제 2 이사야.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을 뿐더라 초라하기까지 하...
    Date2019.01.20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48
    Read More
  3. 용서

    죄는 보통 자기모순이나 자기부정이므로 사람을 분열시킨다. 동시에 상반된 것을 원하거나, 너무 많은 것을 원하기에 움직임에 장애가 있거나 전혀 움직이지 못하게 마비가 되기도 한다.   빛이 있으라 하시니 빛이 생겨났던 천지 창조때의 말씀처럼 “얘야, 너...
    Date2019.01.18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54
    Read More
  4. 64년!

    지구별의 한국이라는 곳에 온지도 어제로 64년이 되었다. 오늘 오랜만에 영하 10도의 우이령을 오르니 내가 슈베르트의 빈터라이제( 겨울 나그네-Winterreise) 라도 된 것 같다. 내년이면 지하철 공짜라는 지공대사의 반열에 들게 된다. 한 겨울에 낯선 이로 ...
    Date2019.01.16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70
    Read More
  5. 자기확신

    구약성서의 소명사화에 비하면 신약성서의 부르심에 대한 이야기는 밋밋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다마스쿠스로 가던 사울의 이야기가 있어 다행이다.   사도 바오로 자신도 자신의 회심을 생각할 때, 처음에는 길에서 있었던 극적인 사건에 주목하나 나이가 들어...
    Date2019.01.14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65
    Read More
  6. 바램

    종교가 시작된 것은 불과 5000여 년 전부터지만 영성은 그 이전 부터 존재했었다고 한다.   오늘 복음의 나병환자처럼 온 마음으로 바라면 그야말로 우주의 힘이 도와준다는 믿음도 그런 영성에 속할 것 같다.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아 하나를 온 마음으로 원...
    Date2019.01.1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83
    Read More
  7. 일상

    흔히들 오병이어의 기적이라고들 한다마는, 가끔씩 눈이 밝아져 보게 되는 일상은 그런 기적의 연속이다.   한 가지 예로 농사짓는 일을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눈을 벗어나 공정하게 각 요소의 공헌도를 따져보면 오병이어의 기적이 여기서도 재현된다.   생명...
    Date2019.01.08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96
    Read More
  8. 오늘의 예수

      아일랜드의 더블린 고난회 본원에서 여름방학을 지낸 적이 있다. 하루는 그곳의 책방을 순례하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 란 책을 만났다. 환경오염을 논하는 책의 앞부분에 우리가 처한 현실의 심각성을 실감나게 비유를 들어 설명하는 부분이 있다.   우리 ...
    Date2019.01.07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89
    Read More
  9. 하느님의 아들

    오늘은 가까스레 몸을 추슬러 며칠 만에 집을 나서다. 우이령까지는 무리라 3분의 2 지점까지 갔다가 돌아와 미사주례를 하다. 손과 팔에 힘이 들어가질 않으니 자꾸 경련이 일어나듯 떨린다. 그러잖아도 짧다는 이야기를 듣는 미사인데, 이래저래 더 짧아진다...
    Date2019.01.06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93
    Read More
  10. 삼인성호(三人成虎)

    어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푸코의 진자” 중 암에 걸린 디오탈레비를 통해 “말씀”을 대하는 랍비들의 경건한 태도를 소개했는데, 공교롭게도 비슷한 상황이 현실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융 심리학에서는 이를 두고 “동시성(同時性)의 원리(原理)” 라고 하겠다....
    Date2019.01.02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95
    Read More
  11. 가지않은 길

    어제 친구들이 부러 멀리서 나를 보러 이 우이동 구석까지 찾아왔다. 잊지 않고 일 년에 서너 번씩 일부러 자리를 마련하니 미안하고도 고맙다. 요즈음 친구들의 화제는 사위나 며느리이야기 그리고 손주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물론 나는 그동안 투명인간이 ...
    Date2019.01.0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3
    Read More
  12. 푸코의 진자

    2018년이라고 말하기도 쓰기도 어색했는데 어느새 그 해도 다가고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올해 마지막 날 교회가 제시하는 복음은 하느님의 말씀인 로고스에 대해 진술하는 요한복음의 시작 부분이다.   온 세상은 하느님의 말씀인 로고스에 의해 창조되었기에...
    Date2018.12.3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77
    Read More
  13. "유항산(有恒産)이면 유항심(有恒心)입니다"

      12살이면 초등학교 5학년 정도다. 유대인으로서 유대교의 여러 가르침과 전통을 배우던 예수는 조상들의 가르침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러기에 어떤 가르침이 나온 뿌리를 이해하고 그에 기반을 두어 파생되는 질문도 많았을 것이다. ...
    Date2018.12.30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70
    Read More
  14. Itzhak Perlman

    몸이 많이 불편하다. 그동안 바이올리니스트 Itzhak Perlman을 소재로 한 애매모호한 영화를 보다. 본격적으로 작품세계를 탐구한 것도 아니고 전기도 아니고 그저 그의 과거, 현재, 미래에서 이런 저런 에피소드정도의 단편적인 일화와 짤막한 연주를 소개한...
    Date2018.12.29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68
    Read More
  15. 거듭남!

    우리의 상태가 어떻하더라도 관계없이 하느님은 우리와 함께 계시기로 작정하시고 다시금 우리안에 한 아이로 강생하신다. 우리의 누추함은 대부분 그럴수 있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으나 바리사이적 교만은 자기의(自己義) 의 실추를 인정하기 어렵다. 주변의 ...
    Date2018.12.25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111
    Read More
  16. 토착화

    반 유목민이던 유대인들이 가나안땅에 정착하여 살게 되면서 그들이 섬기던 야훼 하느님의 모습도 속성도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된다. 산악의 신이던 야훼의 모습에 땅의 소출을 많게 하는 풍산신 바알의 속성이 덧씌워지는 게 그 첫 번째 예다. 삶이 변해가니 ...
    Date2018.12.24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56
    Read More
  17. 회한(悔恨)

    또 한 해가 저물어 감을 속절없이 바라보면서 “야훼의 종의 둘째 노래”(49:1~4)를 부른 이사야의 심사를 알 것 같다. 이사야도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한 자락의 회한(悔恨)을 피할 수는 없었나보다. 그렇게 보니 롱펠로우의 시는 이사야의 심기(心氣)에 대한...
    Date2018.12.23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66
    Read More
  18. 마 신부님 기일

    오늘은 마 신부님 기일이다.   예전에는 연말이 되면 거리에 캐럴 송도 울려 퍼지고, 교우가 아닐지라도 무언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는데 사는 일이 각박해져서인지 마음만 바쁜 것 같다. 우리 한국고난회로서는 박 도세 신부님이...
    Date2018.12.22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69
    Read More
  19. 솔이

    1박2일의 짧은 일정으로 양양 삽존리 수도원을 다녀오다. 무리를 했는지 많이 힘들다. 멀리 강릉에서 차멀미까지 하며 온 솔이와 십자가의 길과 연못까지 낸 길을 걷다. 삽존리는 솔이 에겐 고향 일게다. 생후 2개월부터 살았으니……. 매일 밤 잠자리를 봐주고 ...
    Date2018.12.21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68
    Read More
  20. 프레임

    좋은 책과 우연히 조우하거나 뜻하지 않게 석학을 만나 짧은 시간 내에 세상을 보는 눈이 획기적으로 달라지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좋은 영화를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마음에 남는 영화를 생각해보면 거기에는 삶을 관통하는 잊지 못할 명대사가 있다. ...
    Date2018.12.18 Category복음 사색 By후박나무 Views9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90 Next
/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