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마 신부님 기일

by 후박나무 posted Dec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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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마 신부님 기일이다.

 

예전에는 연말이 되면 거리에 캐럴 송도 울려 퍼지고, 교우가 아닐지라도 무언가 한 해를 마무리하는 분위기가 사회적으로 형성되었는데 사는 일이 각박해져서인지 마음만 바쁜 것 같다. 우리 한국고난회로서는 박 도세 신부님이 10월 19일, 마신부님이 12월 22일 선종하셨기에 자연스레 이 기간이 뒤를 돌아보는 회상의 시간이 된다. 10여 년 전 새크라멘토와 시에라 마드레에서 거행된 마신부님의 장례미사에 참석하고 형제들에게 보낸 편지를 다시 읽어본다.

 

2009년 1월 09일 금요일, 16시 30분 26초 +0900

여기 시간으로 1월 8일 오후 7시 새끄라멘토의 “그리스도왕 피정센터” 에서 마신부님을 위한 공식적인 장례미사를 치렀습니다. 150명이 넘는 다양한 인종과 계층의 사람들이 참여해서 성황을 이뤘고요. 전례도 아주 아름다웠습니다.

 

미국 성. 십자가 관구의 관구장이신 단 웨버 신부님이 주례를 하고 한국순교자 관구장인 저와 제1 참사위원인 짐 스트로만이 공동 집전을 했습니다.

 

미사를 시작하면서 그분이 64년간 가슴에 다셨던 고난회의 배지, 사제생활을 뜻하는 영대 그리고 한평생 전하려 했던 말씀인 성서의 봉헌이 잇따랐습니다.

 

성가대의 아름다운 백 코러스도 좋았고, 영성체후 특히 마신부님의 뿌리인 아일랜드의 민요 "Oh Danny boy!" 를 개사한 노래를 함께 부르며 눈물졌습니다. 가사를 여기 옮기지요.

 

O LOVING GOD, We send your son_ home to you, home to a place of everlasting love.

 

to you there with the angel choirs and blessed saints._ as to behold your glorious holy face.

 

Receive his soul and let eternal light_ shine_ eternal light forever on his soul.

 

so he may be_forever in your dwelling place._ and be at rest in peace until we meet him there.

 

O LOVING GOD, have mercy and forgiveness_ upon your servant's now departed soul, and may your grace and love enfold him evermore, so he may dwell in paradise at last.

 

마 신부님이 초석을 놓은 예수고난회 한국순교자 관구장으로서 저는 이런 요지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단 웨버 신부님과 짐 스트로만 신부님이 이미 감사의 말씀을 드렸지만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오늘 마 신부님의 고별식에 이렇게 참석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아름다운 전례를 준비해주신 많은 분들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20여년전 처음 태평양을 건너 미국에 왔을때 첫날밤을 지낸곳이 바로 여기 새끄라멘토입니다. 당시는 박 도세 신부님과 함께 시카고 관구총회에 참석코자 왔었고, 이번에는 혼자 태평양을 건너 마 신부님의 장례식에 참석코저 왔습니다. 작년 10월 19일 박 도세 신부님이 세상을 뜨고 이어 2달 남짓 동안에 마 신부님도 세상을 떴습니다. 이로서 우리 한국 예수고난회는 새로운 역사의 장을 맞게 되는군요.

 

한국예수고난회의 초석을 놓은 두 분을 생각할 때, 박 신부님의 삶이 인내가 무엇인지 보여주신다면, 마 신부님은 참 지혜가 무엇인지를 보여 주신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마 신부님의 지혜는 무슨 특별한 밀교적인 비법을 따른 결과가 아니라 건전한 상식의 결과라고 느끼기에 더 인상적이지요.

 

하나 더 제 인상에 깊이 남은 마 신부님의 모습이 있습니다. 마 신부님의 책상은 언제나 사진으로 뒤덮여 있었지요. 많은 사진을 깔고 그 위에 유리커버를 했더랬습니다. 저는 처음 그것을 보았을 때 참 이상하게 생각했었지요. 공부하는 학자가 책상이 저렇게 산란하면 도움이 안될 텐데. 하면서요……. 마 신부님은 만나는 사람마다 가능한 한 사진을 찍었고 그 사진을 책상위에 두고 볼 때마다 기억하고 기도했던 거였어요. Memoria passionis..... Memoria personae 그분은 참 속으로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이셨습니다.

 

고별식을 겸한 장례미사 후에 우리 공동체는 나름 따로 자리를 가졌어요. 취향에 따라 칵테일이든지, 맥주든지, 마 신부님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맨하탄이든지 마시면서 좋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20여년전 미국에 처음 왔을때와 똑 같이 지금도 놀라운 것은, 어떻게 이들은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시야를 가질 수 있는가 하는 거지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아니 뮐쎄.......

 

사무엘처럼 기도의 열매이기에, 또 어려서부터 하느님의 집에서 양육되었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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