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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혁명

by 후박나무 posted Jan 27,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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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카 복음사가는 이사야를 인용하여 예수가 일생에 걸쳐 하신 일을 요약하여 제시한다.

 

“주님의 성령이 나에게 내리셨다. 주께서 나에게 기름을 부으시어 가난한 이들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셨다. 주께서 나를 보내시어 묶인 사람들에게는 해방을 알려 주고 눈먼 사람들은 보게 하고, 억눌린 사람들에게는 자유를 주며 주님의 은총의 해를 선포하게 하셨다.”

 

에즈라가 새로 발견된 율법 책에 근거하여 사회개혁을 시도했다면 예수의 행동은 그야말로 기존질서를 모조리 뒤엎는 혁명에 해당된다. 예수가 바라고 행했던 혁명은 사회구조상 피라미드의 정점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자만이 바뀌기 마련인 정치적 혁명이 아니라, 불의하게 고착된 계층 간의 착취구조와 인간관계를 바꾸는 보다 근본적인 사회적 혁명이었다. 그런 혁명의 성패는 개개인의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 자아가 죽고 거듭나는 것에 달렸다.

 

[한 수도자가 임종 시에 다음과 같은 고백을 했다. “20대에 나는 세상을 바꾸어 보려고 열심히 기도했고 열심히 뛰어 다녔습니다. 그런데 40대가 지나 돌아다보니 세상을 바꾸기는커녕 나와 가까운 이웃조차도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때부터 나는 내 이웃들을 변화시키게 해 달라고 기도했습니다. 그런데 내 나이 70줄에 들어 뒤돌아보니 내 이웃들마저도 크게 변화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주님께 내 마음을 변화시켜 달라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기도하던 어느 날 내 마음의 눈이 열렸습니다. 그때서야 내 이웃을 변화시키고 나아가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를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내 마음을 먼저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진리를 좀 더 일찍 깨달았더라면 주님의 일을 더욱 많이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결국 세상은 더도 덜도 없이 자기가 변한 만큼만 변하는 법이다. 불교에서도 자아의 변화를 위한 여러 시도 중 하나로 화두선이 있다. ‘일일시호일’ 도 하나의 화두다.

 

어느 날 중국의 선사 운문(雲門)이 제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나는 그대들에게 보름달 이전의 날에 대해서는 묻지 않겠고, 다만 보름달 이후에 대해서만 묻고 싶다. 누군가 말해 달라.” 아무도 말이 없자, 그는 스스로 대답했습니다. “하루하루가 다 좋은 날이지!”(日日是好日). 이 선문답에 대해서 『선학의 황금시대』 의 저자 오경웅 선생은 이렇게 풀이한다. “여기서 보름달은 깨달음을 상징합니다. 깨달은 사람은 자유롭습니다. 그는 이미 철저히 죽어 있기 때문에 그에겐 더 이상 나쁜 일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철저히 살아있기 때문에 그에겐 그보다 더 좋은 일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이것은 그가 불가피한 운명의 일격에서 벗어나 있다는 뜻이 아니라, 어떠한 운명의 장난도 더 이상 그를 해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같은 화두를 제목으로 다도를 통해 지혜가 자라며 변화해가는 자아를 그린 영화 ‘일일시호일’ 에선 그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이렇게 본다.

 

“오감을 동원해 온몸으로 그 순간을 맛본다

여름에는 찌는 더위를 겨울에는 살을 에는 추위를

매일이 좋은날이란 그런 뜻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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