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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하느님의 말씀

by 후박나무 posted Apr 01,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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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면 일곱 번이 아니라 일흔일곱 번이 넘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다행히 나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는 시편이나 말씀을 많이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라 믿는다. 마음에 와 닿기에 자연히 기억하게 된 시편귀절이나 말씀들은 위기나 결단의 순간에 디딤돌과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꼭 성서나 시편이 아닐지라도 평소의 독서를 통해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자료중에서 그때그때 자신이 지금 처한 상황, 감정, 소회에 꼭 들어맞는 시나 문학작품을 찾아 읽을수 있었던 것도 큰 도움이 되었다.

 

같은 의미이지만 작자가 구사하는 어휘나 말마디의 순서, 축약의 정도에 따라 독자에게 전달되는 의미와 떨림은 사뭇 다르다. 예를들어 오늘 독서 이사야의 “보라, 나 이제 새 하늘과 새 땅을 창조하리라. 예전의 것들은 이제 기억되지도 않고, 마음에 떠오르지도 않으리라.” 보다는 같은 의미일지라도 공동번역 43:18 "지나간 일을 생각하지 마라. 흘러간 일에 마음을 묶어두지 마라. “ 가 더 울림이 크고 핵심을 찌른다. 하느님의 말씀이지만 인간이 알아들어야 하기에 인간의 말이기도 하다. 그런면에서 문학적으로 세련될 필요도 있다.  또한 독자 모두가 히브리 인이거나 희랍인이 아니기에 좋은 번역이 필요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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