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마지막 날, 봄날이 간다. 봄은 지난해보다 열흘정도나 이르게 오더니 갈때도 바삐 간다. 라일락이 벌써 피고 영산홍도 피어나고 있다.
칼 구스타프 융에 의하면 향기나 냄새등은 매우 깊이 사장된 기억도 생생히 되살려낸다고 한다. 특정한 체험과 그때의 후각이 깊이 결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 그런지 해마다 라일락이나 아카시아 꽃향기가 있는 듯 마는 듯 엷어져 이와 결부된 기억도 희미해지는 것이 하나의 징표로 보인다.
이제 그만 굳이 기억할 필요도, 망각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무덤덤하게 되었다는 징표겠지. “누구의 탓도 아니야!” 하듯이....분명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 위에 서있다고 생각하지만, 어느새 길가에서 이리저리 배회하고 있다. 이런 배회도 돌아가는 여정에 포함되어 있겠지, 니고데모도 그랫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