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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원 가브리엘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복음 사색

“주여, 이 작자들을 용서하소서"

by 후박나무 posted Aug 17,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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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가복음서 23:34 예수께서는 "아버지, 저 사람들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그들은 자기가 하는 일을 모르고 있습니다."

 

영화화되기도 한 이안 맥큐언의 소설 “Atonement, 속죄” 는 내 생각에 ‘유한한 인간이 무한한 죄를 지을 수 있음을, 그러나 그러고도 속죄나 대속을 통하여 불가능하게 보이는 용서를 받을 수 있음을 형상화하고 그 메커니즘을 잘 밝힌 수작’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라든가 현실을 이나마 지탱하는 것은 일곱 번씩 일흔 번 이상 반복되는 용서일 것이다.  이런 용서가 가능하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며 한다는 인간상황에 대한 전이해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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