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루카 복음사가축일이다. 루카가 생각한 제자, 일꾼의 전제조건은 평화로운 사람인가의 여부가 아닐까싶다. 파견된 제자가 만나는 사람에게 건넬 제 일성이 ‘이 집에 평화를 빕니다.’ 이기 때문이다. 누구도 자신이 갖지 않은 것을 줄 수는 없다.
마침 우리의 보금자리인 한반도에 핵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때인지라 루카가 전하는 인사는 각별하다. ‘이 나라에 평화를 빕니다.’ 이 나라에 평화를 받을 사람이 있으면 너희의 평화가 이 나라 위에 머무르고, 그렇지 않으면 너희에게 되돌아올 것이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기도중 비교적 쉽게 靜에 들게 된다. 사고의 소음으로부터 멀어져 寂靜 속에 머물 수 있을 때 비로소 평화가 무엇인지 알게 된다. 한 세상 살아나가기 위해서는 비록 번뇌, 망상이라고도 하지만 논리적, 계산적인 사유도 필요하나, 전혀 다른 종류의 관상적 사유를 통한 평화와 해방도 필수적이다. 오히려 인간의 인간다움은 후자를 통해 더 잘 드러난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이 전자라면,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이 보여주는 모습은 후자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