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병원 이종식 교수의 처방대로 약을 바꾼 후 잔뜩 흐리고 비오는 날을 2~3일 지냈는데도 예전처럼 몸이 무겁거나 땅에 들러붙질 않는다. 좋은 날씨일 때보다는 못하지만 일상을 심히 어렵게 하지 않으니 약이 맞나보다. 간밤에도 내린 비로 우이령 오르는 길 양 옆의 크고 작은 계곡에선 물소리도 제법 요란하고 진달래는 물줄기를 가운데 두고 양 기슭에 꽃대궐을 차렸다. 지금 이처럼 찬란한 광채도 곧 눈앞에서 사라지겠기에 더욱 귀하다.
설도는 임을 만날 날만을 아름다운 때로 여기기에 언제가 될지 아득하다했지만(佳期猶渺渺가기유묘묘), Wu-Men 이“Ten Thousand Flowers in Spring”에서 읊듯이 불요불급(不要不急)한 일로 마음을 어지럽히지만 않는다면 지금이 우리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절이겠다. 그것은 부활신앙과도 맥을 같이하는 것 같다. 단 사람의 마음이 바람에 날리는 갈대처럼 항구하지 못하며, 질그릇에 담긴 보물처럼 깨지기 쉬움을 인정한다면!
Ten thousand flowers in spring, the moon in autumn,
a cool breeze in summer, snow in winter.
If your mind isn’t clouded by unnecessary things,
this is the best season of your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