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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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종일 스산하고 쌀쌀한 날씨였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오색에서 모셔온 ‘피에타’ 상 앞에 긴 시간 앉다. 이 피에타 상의 성모님은 몸통이 거의 비었다. 마치 무릎위에 놓인 예수가 들어갈 자리인양…….

 

흘러오면서 같은 강물이 방향을 바꾸던 때를 회상하며 세어본다. 시작은 끝을 전제로 한다. 목적지에 대한 새로운 이해, 통찰, 깨달음의 결과로 목적지로 가는 방향이나 방법이 달라진 것이다.

 

인생에서 한두 번 있을까 말까한 대 전환과 일상에서 벌어지는 자질구레한 변화들……. 이렇게 노심초사하며 찾던 것은 궁극적으로 무엇이었던가?

 

돌아보면 내가 처음 논어를 읽었을 때 나를 매료시켰던 것은 공자가 그리는 인(仁)으로 이루어지는 세상이었다. 신약성서의 진복팔단중 ‘마음이 깨끗한 사람은 행복하다. 그들은 하느님을 뵈올 것이다’도 같은 맥락이다. 긴 이야기 짧게 해서 나는 플라톤의 동굴비유를 진지하게 사실로 받아들였고 그 결과 동굴 밖의 전혀 다른 세계를 보고 체험했기에 사람들에게 전하고자 했다.

 

그러한 찾음은 어머니가 돌아가심으로 인한 급격한 내, 외적 환경의 변화로부터 시작되었을 것 같다. 자신이 속한 세계에 대한 환멸이 클수록 다른 세계에 대한 동경과 열망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런 동경은 알게 모르게 어머니의 부재로 부터 시작 되었을 게다. 지금도 또렷이 기억하는바 어린 나이에도 아침에 눈을 뜨면 이불속에서 오늘은 또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하나 하며 한숨을 쉬던 기억이 난다. 풍전등화와 같이 불안정하게만 느껴지던 삶은 계모가 눈앞에서 사라진 14세 때같이 끝날 성격의 실체가 아니었다. 불교의 삼법인중 하나인 일체 개고( -切皆苦) 는 만물의 불완전성을 뜻한다. 흔히 고(苦)로 번역되는 말은 Dukkha 로서 숙련되지 않은 견습공이 깍은 수레바퀴가 자아내는 불안정을 뜻한다. 삶은 본래 불안정하며 기댈 것이 못된다.

 

그 외에도 우리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낸 트라우마는 아물었다해도 날이 궂으면 쑤시고 아픈 게 평생 가는 법이다. 이리 깊은 상처는 자기마음속에 내면화 되어 삶의 순간순간 표출된다. 그렇게 일상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상처 입은 자아를 포착하고 의식화하여 다룰 수 있을 때 비로소 해결의 실마리가 생긴다.

 

그렇게 무의식적으로 다른 세상을 찾다가 중 3때 논어를 접하게 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논어에 매력을 느꼈던 것은 공자가 인(仁)을 통해 이루려 했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관심이었다. 이것은 얼마안가 신약성서의 진복팔단으로 대체된다. 예수가 제시하는 새로운 세상이 더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이 새로운 세상에 대한 열망과 동경을 더욱 절실하고 거의 절망적으로 바랄 수 있었던 까닭은 죽음을 통찰하고 이 세상에서의 삶에 깊은 허무를 느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허무는 사랑에 의해 치유될 수 있었지만 나는 그런 사랑을 받아들이고 키워나가기에는 너무도 그릇이 준비되지 않았었다. 사랑도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갖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Down By the Salley Gardens

BY WILLIAM BUTLER YEATS

 

Down by the salley gardens

my love and I did meet;

She passed the salley gardens

with little snow-white feet.

She bid me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But I, being young and foolish,

with her would not agree.

 

In a field by the river

my love and I did stand,

And on my leaning shoulder

she laid her snow-white hand.

She bid me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now am full of t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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