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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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 4주일인 오늘은 새벽 1시 20분에 깨다. 10시경에 잠들었으니 웬만큼은 잔셈이다. 오늘 독서 다윗이 나탄 에게 주님의 성전을 짓고 싶다고 하는 대목을 읽으니 자연스레 Donald Senior 신부님과 Carroll Stuhlmueller 신부님의 공저 Biblical Foundations for Mission 이 떠오른다.

 

Donald Senior 신부가 신약성서 편을 캐럴 신부님이 구약성서를 담당하여 공저로 펴낸 이 책은 벌써 성서학계의 고전이 되었다. 캐럴 신부님은 집도 절도 없이 떠돌던 뜨내기, 오합지졸에 불과하던 하삐루들이 출애굽을 통해 구원자 야훼 하느님을 만나게 되고 그 후 가나안에 정착하게 되면서 오리지널 신앙인 야훼신앙과 가나안의 토착신인 바알신앙 사이의 밀고 당기는(syncretism or enculturation) 토착화란 프레임으로 구약성서를 바라본다.

 

특히 반유목민으로서 계약궤로 상징되는 야훼의 현존을 모시고 이리 저리 방랑하던 반유목민의 생활양식에서 농경민으로 정주하여 살게 되니 야훼 하느님도 한 장소 즉 성전이란 곳으로 현존이 한정된다. 이제 하느님의 백성이 야훼 하느님을 뵈오려면 성전으로 나아와야한다. 이러한 Sitz in dem Leven(삶의 정황) 의 변화에 따른 예배형식의 변화는 그들이 믿는 하느님의 성격에도 큰 변화를 가져온다.

 

신경의 나는 하느님을 믿는다의 라틴어 원어는 credo in uno Deo 가 아니라 credo in unum Deum이다. 믿는다는 동사 credere 뒤에 목적어가 이동하는 것이면 4격을 쓰고 고정된 경우 5격을 쓴다. 그러므로 우리가 믿는 하느님은 움직이는 하느님이기에 credo in unum Deum 인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인해 하느님의 현존을 담보하던 성전과 감실의 존재는 미래에는 예전과 같은 비중으로 신앙인의 마음을 차지하지 않을 것 같다. 앞으로는 오히려 자신의 일터나 일상이 거룩한 곳이라는 깨우침이 퍼져나갈 듯하다. 그룹의 일원으로 휩쓸리던 그룹다이내믹 정도의 신앙에서 이제는 각개인 이 저마다의 우물을 팔 가능성이 아주 많아진다. 높아진 평신도들의 영적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수도자나 성직자편에서의 각성도 요구된다.

 

새는 좌 우의 날개로 난다. 어느 사회든 건전한 진보와 건전한 보수 이 두 세력 간의 견제와 경쟁을 통해 빚어지는 균형이 있을 때 발전한다. 유대인의 역사에서 양대 산맥을 짚어본다면 모세-시나이 전승, 다윗-예루살렘 전승이 양 날개에 해당하리라.

 

모세-시나이 전승은 좀 더 활발하고 자유분방한 예언자들의 활동과 역동성이 두드러진 반면 정변이 잦고 불안정한데 반해, 다윗왕가의 왕위 세습을 골자로 하는 예루살렘 전승은 쉽게 부패하고 타락하는 약점이 있다. 북이스라엘 왕국에서 그 힘을 발하던 모세-시나이 전승은 BC 722 년 왕국의 멸망과 더불어 명맥이 희미해진 반면 남유다왕국의 지배적인 이념이었던 다윗-예루살렘 전승은 비교적 오래 살아남는다. 이 양대 전승사이의 경쟁과 견제는 신약성서에 나오는 예수의 족보에 그 흔적을 남긴다.

 

마태오는 예수를 아브라함의 후손이며 다윗의 자손으로 못 박는데 반해(마태오 1:1) 루카는 보편인류의 하나임이 강조된다.(루카 3: 23). 이것을 보면 예수시대에까지 이 두 전승은 나름대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리아가 하느님의 현존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가브리엘 천사가 마리아에게로 파견되는 루카의 이야기는 모세-시나이 전승에 가까운 것 같다. 코로나 서태후 우리 교우들이 새로이 갖게 되는 체험은 중심이 성전에서 일상으로 관료적인 교계제도에서 영이 중심이 되는 환경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마리아만 가브리엘 천사에게서 예수를 잉태하고 나을 것이라는 통지를 받게 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가 나름대로 적합한 통지를 받게 되지 않을까!

 

이점에 대해서는 십자가의 성. 바오로가 매료되었던 요한네스 타울러의 성탄강론에서 찬찬히 살펴보기로 하자. 요한네스 타울러는 마이스터 엑크하르트가 중심이 되어 생긴 14세기 라인 강변의 신비학파에 속했던 도미니칸 이다. 그의 성탄절 강론을 뒤에 게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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