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이 어찌 세월뿐이랴!
그 새 새해가 오고 정월의 설 연휴도 따뜻한 봄기운속에 지냈다. 지금은 다시 겨울을 새로 맞는 듯 꽤 추운 2월 중순이다. 행여 절기를 착각한 개구리들이 일찍 나와 동사하는 일이 없었으면…….
병이 나기 전부터 마음깊이 자주 되뇌던 시가 있다. 최민순 신부님 번역의 시편 84편의 구절이다.
“참새도 집이 있고 제비도 새끼 두는 둥지가 있사와도 제게는 당신의 제단이 있나이다.”
수련때 마음에 꽃힌 이래 품고 살아왔다. 비록 나중에 사제로 서품을 받았지만, 모든 교우들은 사제로서 저마다의 제단에 제물을 나날이 바치고 되돌려받은 정화된 제물을 음복해야 한다. 그것이 오병이어의 뜻일 게다.
샤르뎅 신부처람 통 크게 대지를 제대로 삼아, 태양아래 벌어지는 모든 인간들의 희로애락을 제물로 드릴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일상의 소소함을 드리는 게 더 현실적이다. 그것은 죄까지 포함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리는 것이며, 하느님은 좁쌀영감이 아니라는 믿음이 전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