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 1주일도 수요일을 지난다. 나이들 수록 시간은 참 빨리도 간다. 그 속도에 맞추어 일상생활의 자잘한 일이 점점 더 버거워진다. 걷는 것도, 앉는 것도, 옷 벗고 입는 것도, 간단한 세수도…….처리해야할 일의 순서를 정해서 빨리 마무리 지어야 할 텐데, 더 힘을 잃기 전에……. 나중에 내 이럴 줄 알았지 하지 말고!
공교롭게도 사순 1주일은 사제서품 34 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광주의 옛 피정센터에서 백일홍 고목에 기대어 얼굴이 잘 나오지 않도록 거리를 두고 찍었던 상본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그러고 보면 그때부터도 좀 자폐적인 성향이 있었다.
사제서품 34주년을 맞아 청춘회상이란 훌륭한 시를 만나다. 제 8회 나누리병원 공모전 단편시부문 수상 강재혁 씨의 작품이다.
뼈를 깍는 노력이야말로
아름다운 청춘이어라
난 얼마나 아름다웠길래
이리도 뼈마디가 시린가
새삼 시의 매력은 긴 이야기 짧게하는데 있음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특히 길어지면 구질구질해지기 쉬운 살아온 이야기를 이리 몇줄로 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