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부터 6개월간 복용한 약이 몸에 너무 세다고 약의 종류와 양을 미세 조정한 처방대로 한 달 이상을 복용하니
조금씩 예전 체력을 찾는 것 같다. 다만 약효를 증진시키기 위하여 식사 전 공복에 먹기에 위장부담은 가중되는 듯…….이렇게 하면 20% 정도 약효가 증가한다고 한다.
봄을 일깨우는 단비가 촉촉이 내려 먼지 나던 우이령길도 운치 있게 되었다. 겨울을 혹독하게 지내지 않아서인지 따뜻한 봄을 맞아도 특별한 감흥이 일지는 않는다.
아는 분이 우연이지만 어렵사리 구한 수석을 이 서울의 변방 우이동 골짜기까지 가져다주었다. 차도 없는 분이 우산을 쓰고 카트에 실어 끌고 왔다. 수석에 별 관심이 없던 나는 그 무거운 것을 여기까지 끌어다 주신 정성에는 감복했지만 수석 그 자체는 변변히 살펴보지도 않았다.
꽤나 무거운 수석을 항아리 뚜껑을 받침 삼아 책상위에 올려놓을 당시만 해도 그리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었다. 그러던 이 수석이 아침저녁 햇살을 받을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내게 어필해온다.
처음 수석을 보면서 떠올랐던 생각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쓰셨던 전 국립박물관 관장이셨던 최순우 선생님의 옛집 사랑방 위에 걸려있던 현판이었다. 선생은 성북동으로 이사 오던 해에 몸소 두문즉시심산(杜門卽是深山)- 문을 닫으면 이곳이 바로 깊은 산중이다 – 이라 쓰셨다.
수석이 나에게 온 것은 가브리엘 천사가 성모님을 찾아오듯, 또 성모님이 엘리사벳을 찾아오듯 생각지도 못하던 은총이 나를 찾은 듯하다.
두문즉시심산, 수도생활의 의미를 되짚어 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