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1.07.04 10:49

자기면역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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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반이 지났다. 방이라곤 온통 책과 잡동사니로 수북이 덮여 간신히 앉아 모니터를 보며 타이핑할 자리만 빼꼼하다. 일찍이 두보나 버너드 쇼가 탄식하였듯이 아마 이렇게 올해도 이어질 다음 해도 또한 이리 지나가리라.

 

강남에서 이 구년을 만나다-두보(杜甫;712-770)

 

 

 

岐王宅里尋常見,(기왕댁리심상견), 기왕의 집안에서 늘 만나보았는데

崔九堂前幾度聞.(최구당전궤도문). 최구의 집 앞에서 몇 번이나 들었던가

正是江南好風景,(정시강남호풍경), 지금은 강남의 좋은 풍광

落花時節又逢君.(낙화시절우봉군). 꽃 지는 시절에 또 그대를 만나다니

 

Monument 까지는 아니더라도 또 아침노을보다는 덜하더라도 그에 못지않은 황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과욕을 품는다. 급격히 떨어지는 체력도 잊지 말아야 할 변수다. 집중력이 떨어지니 책을 보아도 매일 같은 페이지를 읽는 것 같다. 관행과 체념으로 포장되어 나중에는 피치못 할 숙명같이 된 인생살이의 수많은 부조리가 그 실체를 드러내며 부딪혀 온다. 진정 십자가의 길이다. 이제 비로소 자신이 겪는 고통의 한 자락을 타인을 위해 봉헌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깨닫게 된다. 자기 자신과 이사야가 노래한 야훼의 넷째 종과의 간극을 이제 몸소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된다.

 

실낙원을 지배하는 원칙은 모든 영원한 것과 긍정에 대한 부정이다. 그러기에 실낙원에 낙원이 침투하기 위해서는 하느님의 손가락이라는 교두보와 그 뒤를 이을 상륙부대가 필요하다.

 

마르코의 특기중 하나는 같은 주제를 가진 2개의 일화를 샌드위치식 으로 배열하여 서술하는 것이다. 샌드위치의 외곽을 형성하는 이야기의 주제는 믿음이다. 아이로 회당 장은 아이가 죽었다는 말에 두려워하지 말고 믿음으로 시작한 이 일을 믿음으로 계속하라는 권고의 말씀을 듣는다.

 

가운데의 패드에 해당되는 것은 12년 동안 하혈 병을 앓던 부인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주도하는 것은 삶의 가장자리까지 밀려나 곧 추락할 처지에 놓인 절망적인 여인의 절대적인 믿음 혹은 신뢰이다. 현장을 둘러쌓은 이러한 분위기의 대조는 인상적이다. 소녀가 자고있다라는 예수의 말에 대한 반응은 비웃음이었다. 예수는 자신도 모르게 생명보다는 죽음을 선택하는 이들을 모두 자리에서 추방한 뒤 소녀를 일으켜 세운다. 예수는 12 제자 중에서도 야고보와 요한 그리고 다른 요한만의 현존만을 허락한다. 반면에 하혈하는 여인은 압도적인 믿음과 신뢰를 갖고 상황을 주도한다. 그리고는 믿는대로 현실은 변하였다. 그녀는 병이 나았을 뿐 아니라 인생에 대한, 자신에 대한 새로운 아이덴터티를 갖게 된 것이다. 그녀는 비전을 가진 인간으로서 사람들에게 빛을 비춰줄 것이다.

 

오늘 예수는 동일한 일을 고향인 나사렛에서 경험한다.

이해득실과 합리로 무장한 성과 같이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예리고 성이 엿새 동안 하루 한번 돌고 이렛날에는 성을 일곱 번 돈 뒤에 사제들의 나팔소리에 무너져 내렸다. 상식적으로 우리 인간들은 기존의 면역체계를 통해 본래의 생명체에 위해를 가하는 이물질이나 세포를 공격하여 생명을 보호한다. 하지만 요즈음 심심찮게 면역질환이 관찰된다. 즉 생명을 선택한다고 하나 기실 죽음을 선택하는 인식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진정 정반대의 것을 원할 수도 있다. 그러기에 간질을 앓는 아들의 아버지는 이런 사정을 알고 “주여 내가 믿사오나 내 믿음이 부족하니 도와주십시오" 라는 말로 도움을 청한다.  여기서 우리는 고대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오랜 된 기도문의 타당성을 다시 확인한다.

 

Lead us from the unreal to the Real,

lead us from darkness to Light,

lead us from death to immortal life.

Peace, peace, peace

 

- An ancient Hindu ch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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