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1.07.06 11:55

'악의 평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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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하늘엔 구름이 가득하지만 심술궂은 먹장구름이 아니라 햇빛이 가볍게 통과할 수 있는 엷은 구름이다. 보통 몸의 상태는 환경을 따르는데 오늘은 엇박자가 나는게 몸에 힘이 없고 한기가 든다.

 

십자가의 길 이 끝나는 14처 근방에 의미심장하게도 코스모스와 도라지꽃이 피었다. 찌는 듯한 무더위 속에 피어있는 코스모스와 청초한 도라지꽃이 십자가의 길 기도를 마친 마음에 텔레파시 마냥 “그 말도 이야기도 소리 없어도, 그 소리 온 땅으로 퍼져나가고 그 말은 땅 끝까지 번져가도다” 하고 번진다.

 

오늘은 고난회 성녀 마리아 고래띠 축일이다. 신중심의 가치를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가치로 전환한 르네상스의 영향이 사회의 각 분야에 미치게 되자 누구나 자기 좋을 대로 자기가 좋은 게 표준이 되는 무질서가 사회를 휩쓸었다. 한 처음에 본래 있는 실재는 곧 being 이며 knowledge 이고 bliss였다(sat, chit, ananda).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지식은 있음에서 분리되게 되고 지복에서도 분리되어 내면적인 원천과 단절된 결과 순전히 외적이고 세속적인 것이 되고 만다. 우리는 이렇게 마리아 고래띠가 살던 시대조류를 간략하게 스케치 할 수 있다. 교회는 매일 밀어닥치는 세속화의 파도 속에서 자신을 지켜내야 할뿐 아니라 전통적 가치를 수호해야 하는 어려운 시절이었다. 교회가 마리아 고래띠를 순교성인으로 성성한데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그리스도교인 들은 ‘서로 사랑하라’는 계명은 잘 알면서도 예수가 그의 제자들에게 “사람들을 조심하여라” 하며 함부로 곁을 내주거나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경고의 말씀도 하셨음은 잘 기억하지 못한다. 요한복음에서 부활하신 예수가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을 때 쌍둥이라고 불리던 토마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러던 토마는 예수를 만나고 나선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하고 고백한다. 쌍둥이라는 말에는 이중성이라든가 양면성이라는 뜻도 있다. 요즈음 정치권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너나 할 것 없이 ‘내로남불’ 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특정한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본성중 하나를 특정 하는 말이기도 하다.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쓴 한나 아렌트의 말대로 일상 속에 스며들어있는 자신의 이중성에 깨어있지 못하면 우리는 일방적으로 선하고 옳고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만을 선택적으로 수집하여 강화시킨다. 그런 이기적인 자아가 정한 데드라인을 넘지 못하는 자신의 부정적인 모습은 억압되고 결국에는 상대방에게 투사된다. 상상을 초월하는 상대방에 대한 폭력은 이렇게 자신안에 있는 모든 악을 상대방이나 제3저에게 투사하는데서 가능해진다.

 

1940년대에 뉴욕에서 세계적인 동물 전시회가 있었다 한다. 그 중 한 우리 앞에는 전시되는 동물에 대한 설명서가 있었다. 자신과 이웃과 세상을 파멸시킬 수도 있는 아주 잔인하고 무시무시한 동물이면서 동시에 한없이 천사 같은 존재일수도 있는 양면성을 지닌 동물이다……. 넓은 우리 속에는 동물은 한 마리도 없고 대신 사람들이 저마다 자신을 대면할 수 있는 full-size 의 거울만이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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