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1.08.12 11:37

도반(道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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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반(道伴) 인 부산교구의 심 신부가 이번 성모승천대축일 미사를 끝으로 은퇴한다고 알려왔다. 교구신부로서는 은퇴가 좀 이른 편이다. 낙화처럼 무대에서 내려가는 그의 뒷모습에 박수라도 쳐야 하나?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도 하지…….뜻밖에 많은 고기를 잡게 된 베드로와 제자들에게는 예수가 그런 사람이었을 게다. 그런 예감이 있었기에 베드로는 예수에게 자기를 떠나달라고 한다. 두렵게 떨리는 황홀한 신비와의 만남은 그의 삶에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기게 되고 그는 이제 옛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된다. 심신부나 나나 어쩌다보니 그들과 함께 이 길을 걷게 되었다.

 

심 신부와의 인연은 서울 가톨릭대학을 마치고 수련을 받은 후 광주 가톨릭 대학원 연구과로 적을 옮기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고난회 수도원은 화정동의 ‘피정센터’ 에 있었는데, 초등학교가 주변에 들어서는 등 피정환경이 급격히 악화되어 피정센터를 매각하고 광주시, 외곽에 수도원과 피정 집을 신축하기로 하였다. 기존의 수도원과 피정센터를 매각했으므로 광주거주 수도자들은 임시로 아파트 생활을 하였다. 그렇게 아파트 생활을 6개월 한 후 요한 의료봉사 수도회에 얹혀서 살기를 또 몇 달 이렇게 집시처럼 곳곳을 전전하면서 살다가 나는 교구 신학교의 기숙사에 안착하게 된다. 그러니까 심 신부하고는 부제반때 기숙사에서 인연을 맺게 된다.

 

84년 때이므로 당시만 해도 개인이 타이프라이터를 갖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 내 기억에 심 신부가 Smith corona typewriter를 가지고 있었다. 부르주아 신학생^^. 리포트 제출 때가 되면 심신부의 주가가 뛰었다. 과제물은 타이프 쳐서 제출해야 하는데, 타이프라이터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하튼 심신부와 나는 타이프라이터를 매개로도 친분을 쌓았다. 신약성서 담당 교수님이 요한복음에 관한 좋은 논문이 있다고 번역의뢰를 해왔을 때, 우리는 공동번역을 하고 범 신부님의 자문을 거쳐 신학전망에 실었다. 원고료로 적지 않은 돈을 받았으나 나의 몫은 수도원으로 직접 가는 바람에 심신부의 원고료만 갖고 광주 갈비 집에 갔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가 늘 하는 일이 글을 쓰는 일이기 때문인지 지금도 태블릿 PC를 놓고 싱갱이중이다.

 

나는 예수고난회 외부지원자로 성모승천대축일에 수도생활을 시작하였다. 심 신부는 하필이면 바로 그날 미사를 끝으로 은퇴한단다. 끝은 시작이니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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