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사는 물고기가 바닷물을 의식하지 못하듯, 산에 사는 사람 역시 산을 잘 보지 않는다. 벌써 반년이나 된듯하다. 성무일도와 미사를 경당밖에서 따로 하게 된 것이. 움직임 없이 고정된 자세로 오래 있으면 몸이 더 마비가 되기에 형제들에게 분심되지 않게 같은 공간을 피하기로 하다. 덕분에 앞 산을 유심히 찬찬히 보게되다. 도봉산능선을 넘어 떠오르는 아침 해며, 하루가 다르게 기세가 수그러드는 매미소리와 대조적으로 커지는 풀벌레 소리. 아침, 저녁 찬바람에 시들어 날로 색이 바래는 푸른 나뭇잎등. 자연은 은근히 세월의 추이를 따르느라 바쁘다. 추석이 다가오니 가까운 시일에 성묘를 다녀와야겠다.
우리 눈을 현혹시키는 작은 흐름들이 많다 포신이정 좌우명으로 잘 정했다. 강은 결국 바다로 가는 큰 흐름을 따르기 마련이다. 우리 눈을 현혹시키는 작은 흐름들이 많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