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산을 마주보며 아침기도를 드리게 되면서 추사 김정희와 제자 이상적의 이야기를 생각나게 하는 나무가 있다. 아직 추워지려면 날이 많이 남았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면서 두 나무의 잎사귀는 눈에 띌 정도로 달라진다. 하나는 둥치가 붉은 소나무고 그 옆에서 경쟁적으로 나뭇가지를 뻗은 나무는 상수리나무다. 소나무의 솔잎은 무더위가 가시고 서늘해진 날씨에도 별로 달라짐이 없으나 상수리 나뭇잎은 벌써 물기가 마르며 색이 바라기 시작한다. 세한연후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知松栢之後彫也)
별 편견 없이 세상을 사려는 사람도 편을 갈라 악다구니를 퍼부으며 그것도 모자라 유불이(有不利)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시시각각 입장과 주장을 바꾸며 분탕질을 하는 사람들 틈바구니에서 살다보면 어느새 나도 우리가 된다. https://youtu.be/JDXLYeWVw4s
이상적이 그의 스승 추사에게 한결같은 마음을 보인 일이 쉬운 것은 아니다. 비록 작은 일에서도 한결같은 태도를 견지하기 위해서는 포신이정의 자세가 필요하다. ‘포신이정’은 정신을 간직하고 고요히 하라, 즉 진중하라는 뜻이다. (장자(莊子)의 한 구절)
박노해 시인이 그렇게 간직해야할 마음의 자세랄까 정신을 보여준다.
막막한 날도 있어야 하리
떨리는 날도 있어야 하리
그래, 꽃피는 날이 오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