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1. 9
몸의 기력이 급속히 쇠해짐을 느낀다. 지력이 체력과 동떨어져 있는게 아닌 이상 인지능력도 같은 신호를 보낸다. 무엇을 생각해도 명료하기는커녕 아득히 멀리 있는 것을 아련하게 보는 것 같다. 이제까지는 인지능력의 변화를 못 느꼈는데, 이제 때가 되었나보다.
신체의 이상반응으로 같은 공간에서 형제들과 함께 드리던 성무일도와 미사를 따로 하면서 생긴 새로운 기쁨은 여명과 아침노을, 그리고 산에서 올라오는 태양의 붉은 햇살을 처음 받으며, 창조의 새아침을 날마다 재체험하는 것 이다.
A poem begins in delight and ends in wisdom.
- Robert Frost
시(詩)란 즐거움으로 시작해서 지혜로 끝나는 것.
Stopping by Woods on a Snowy Evening
BY ROBERT FROST
Whose woods these are I think I know.
His house is in the village though;
He will not see me stopping here
To watch his woods fill up with snow.
My little horse must think it queer
To stop without a farmhouse near
Between the woods and frozen lake
The darkest evening of the year.
He gives his harness bells a shake
To ask if there is some mistake.
The only other sound’s the sweep
Of easy wind and downy flake.
The woods are lovely, dark and deep,
But I have promises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
이곳이 누구네 숲인지 나는 알 듯도 하다
그러나 그는 마을에 있어
내가 여기에 와 멈추어 서서
눈 덮여가는 숲을 보는 것을 알지 못하리라.
내 작은 조랑말은 뭔가 이상해하네
가까운 곳에 농가도 없고
얼어붙은 호수뿐인 깊은 숲에 와 멈추어 선 것을.
일년 중 가장 그윽히 어두운 날 저녁에
조랑말은 방울을 한번 짤랑거려본다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듯이
그 외의 다른 소리라고는
숲을 쓸어가는 부드러운 바람과 하늘거리는 눈송이뿐.
숲은 아름답고 저물었고 깊은데
그러나 나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어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잠들기 전에 가야 할 먼 길이 있다.
로버트 프로스트 (Robert Frost 1874∼19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