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日是好日

2022.08.16 15:52

41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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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날이 살날보다 많아지면 필연적으로 현재나 미래의 일보다는 지난 일들을 회상하기 십상이다.

 

41년 전 8월초의 어느 날 예수고난 수도회로부터 한통의 편지를 받았다. 축하합니다로 시작하는 짧은 한 문장이 전부였던 편지. “81년 8월 15일부로 예수고난회 외부지원기를 시작하니 지도자로 임명된 박 도세 유스티노 신부님과 함께 희망찬 미래를 설계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수도생활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그리고 41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꽃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나뭇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41번씩의 춘추(春秋) 가 그렇게 무심하게 갔다. 영원할줄 알았던 청춘은 모래처럼 손가락 사이로 사라지고, 무릎이 떨려 홀로 거리에 나서기를 두려워하게 되었다.

 

마도로스 양말 공장에서 3달간 잡부생활을 한 후 청주의 성심양로원에서 나머지 외부지원자 생활을 했다, 82년 7월까지. 양로원 옆의 야산에는 양로원에서 돌아가신 무연고 자를 위한 공동묘지가 있었다. 야외제대도 있었고, 제대 뒤에는 천사가 월계관을 들고 서있는 석상도 있었고. 나는 주로 백 수사님과 함께 일했는데, 백 수사님은 메리놀 수사님으로 한국에는 나보다도 먼저 오셨으나 당시 그분의 장상이던 파주교가 한국어를 배우게 배려해주지 않으셨다. 그래 자연스레 수사님과 의사소통은 영어로 할 수 밖에 없었고…….

 

오래된 봉분과 비교적 새로 생긴 봉분들 사이를 걸으며 묵주기도로 하루일과를 마치곤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서산에 지는 해가 부드럽게 묘지의 금잔디를 붉게 물들일 때 백 수사님이 묘지로 올라 오셨다. 그분은 이제 수도생활을 시작하는 나에게 뭔가를 꼭 전해주고 싶으셨던 것 같다. 안 되는 한국말을 하려고 애쓰시면서 영어로 대충 이런 말씀을 하셨다. 이 길을 걸어가다 보면 여기저기서 이길이 맞다 며 부르는 소리가 많을 것이다. 다 무시하고 제대를 향해서 똑 바로 가라고. 그래 천사가 들고 있는 월계관을 받으라고!

 

이제와 돌아보면 참 많이도 샛길로 빠지기도 하고, 엉뚱한데서 방황도 하며 걸어왔다. 그러나 한 가지 궁극적인 답은 그게 다 필요한 길이었다는 믿음이다. “참새도 집이 있고 제비도 새끼 두는 둥지가 있사와도, 제게는 당신의 제단이 있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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