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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05 11:32

못난이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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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희 안젤라(서울 글방)
 
성북동 한성대역 5번 출구로 나가면
자동차 도로 한가운데 플라타나스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다.
맨 앞줄에 서 있는 가로수는관심없이 스치고 지나가면 잘 보이지도 않지만
멈추어서 바라보면 반동 난 작달막한 키에 비스듬히 서 있는 모습이
못난 플라타너스 나무처럼 보여 서글픈 초상같다.
플라타나스잎이 무성하게 매달려 있는 모양도 안쓰럽게 보인다.

얼마 전, 성북구청이 자동차도로를 조성하면서 
두번째 나무가 밑둥이까지 베어져 나갔고
세번째로 서 있던 이 나무도 모두 잘려나갈 처지가 되었다.  
반동이로 잘려나가는 상태에서 청년들과 주민들이
'이건 아니다.' 라며 시작한 반대 서명으로 겨우 명맥을 유지하게 된 것이다.
이 나무는 그 자리에서 50여년을 자란 토박이였다.
사람들은 필요와 편리주의로 자기 중심으로 만 생각할 뿐,
무엇이 더 소중한 가치인지, 나무의 생명이나 품격은 알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쭉쭉 뻗어 하늘 향하여 희망차게 오르던 플라타너스 나무가
지금은 못난이 모습으로 아픔을 딛고 당당히 서서 여름을 알리며 자기 역할을 한다.
겨울내내 몽둥이처럼 서 있고,
이해 못하는 사람들의 의아한 시선으로 눈총도 받았을 텐데.
이제는 은총의 나무가 되가고 있는 것이다.
가치있는 소중한 삶을 이해하는 사람들과 함께.

오래전에 유종의 미로 삶을 마치는 건 무얼까? 
생각하다가 달리는 열차같은 나의 삶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아날로그 삶으로 천천히 살리라 마음 먹었다. 
삶을 되돌아 보면 한결같이 앞만 향하여 달린 것 같았다. 
누구를 위하여?
모든 것이 다 빠르게 성공이라는 명목으로
명예.재물에 집착하고, 쇼핑으로 허기진 마음을 채워가면서.
달리는 열차와 같았던 삶에서 천천히 비워가는 삶. 
느림의 삶으로 자연의 시간에 맞추고 하느님의 시계에 맞추어 가면서.
보이지 않지만 소중한 것에 중점을 두고 살아가기로 한 것이다.

나를 깊게 관조해 보며 타인에게  보다 더 넉넉히 배려하며
모두와 더불어 함께하는 희망의 삶으로.
하루 한시간, 일 분 일초를 직시하며 
중요한 것을 깨달아 진정한 삶을 놓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잠시도 깨어 있지 않으면 다시 눈에 보이는 것을 더 중시하고 
화려하고 황홀하게 유혹하는 세상속에서 허우적대는 나를 본다.
그 유혹하는 세상속에서 무엇이 더 소중하고 가치있는 삶일까?
정신을 차리고 똑바로 중심잡고 균형있게 세상에 끌리지 않는 삶일 때
그것이 내 삶이고 한번뿐인 인생을 보람있게 사는 것이다.

언제가 마지막인지는 모르지만
매일을 선물로 새 날인 것처럼 새롭게 살아내는 것.
세상이 매순간 변화하듯이 편견이나 부정적인 시각으로 묶지 않는 것.
하루 하루 나의 역할에 충실하고 최선의 삶으로
기쁘게 감사하게 진실한 삶이길 바라며 영원을 향해 자유로워 지는 것이다. 
''우리는 하느님께 피어오르는 그리스도의 향기입니다.'' 라는 말씀처럼,
아름다운 향기가 유종의 날에 피어 오르 길 희망해 본다.

오늘도 한성대역 5번 출구로 나가면 내 마음의 지킴이.
가치있는 소중한 삶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며
자신의 삶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살아내면서
나를 응원하는
못난이 플라타나스 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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