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미 보나(서울 글방)
날은 많이 따뜻해 졌지만 ‘미세먼지 나쁨’이라는
날씨 앱을 보고나니 아침부터 기분도 뿌옇습니다.
그래도 지인들과 명동성당 성지 미사에 가기로 한 약속이 있어 기대가 됩니다.
부지런히 준비해서 조금 일찍 도착했습니다.
월요일 아침이라 명동은 아직 조용하고 오랜만에 오니
성당 입구도 변하여 천천히 둘러보며 조금은 들뜬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미사에는 노인 분들과 내 또래의 자매님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담한 지하 성당에 생각보다 많은 신자들이 함께 했습니다.
음정은 흔들리지만 열심히 부르는 장애인 자매님의 성가 소리,
신부님의 진지한 전례 말씀, 간간히 들리는 기침소리,
다른 때 같으면 거슬렸을 휴대폰의 진동소리까지
왠지 오늘 이 곳에서는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돌아오는 길.
어느 새 맑게 갠 하늘, 기분 좋게 한 정거장 전에 내려 걷고 있는데
열 발작쯤 앞에서 폐지를 싣고 가던 아저씨의 수레가 쓰러지고
마침 지나가던 다른 아저씨가 도와주고 계셨습니다.
나는 ‘다행이다’고 생각하며 지나치면서
나도 거들 걸 하는 후회가 밀려 왔지만 돌아가기에는 쑥스러움이 컸습니다.
그렇게 땅을 보며 걷고 있는데 내 옆을 지나가는
남학생의 풀린 신발 끈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금방이라고 밟고 넘어질 것만 같은데
휴대폰을 보느라 모르는 것 같아서 팔을 건드려 알려주었습니다.
학생이 고맙다고 꾸벅 인사를 하고는
끈 매는 것을 본 뒤 계속 걷다가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하느님께서 너무 계산하지 말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라고
‘옜다’ 하며 주신 기회였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