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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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세례자 요한의 탄생을 크게 기념하고 대축일로 지내는 까닭이란 아마도 그분의 탄생 자체가 그리스도교에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 일 것입니다. 아침기도 찬미가에서는 <한 개의 화관으로 장식된 성인, 또 다른 성인들은 두 개의 화관` 요한은 더욱 많은 꽃이 꽂혀진 세 개의 화관으로 장식되도다.>라고 칭송합니다. 여기서 세 개의 화관이란 <눈처럼 깨끗하게 죄 없으신 동정의 화관, 사막의 개척자이며 크신 예언자의 화관 그리고 훌륭히 믿음 지킨 순교의 화관>을 의미합니다. 

 

예수님께서도 세례자 요한을 <예언자보다 더 중요한 인물>(Mt11,9)이며 <여자에게서 태어난 이들 가운데 세례자 요한보다 더 큰 인물은 나오지 않았다.>(Mt11,11)고 인정하셨습니다. 이런 세례자 요한의 탄생에 관해서 오늘 복음의 핵심은 10개월 째 벙어리로 살아온 아기 아버지 즈카리야가 서판에 <그의 이름은 요한이라고 썼다.>(Lk1,63)는 표현에 담겨져 있습니다. 이 구절은 <당신의 친척 가운데에는 그런 이름을 가진 이가 없습니다.>(1,61)란 사람들의 의문에 대한 대답이며 우리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실로 <요한>이라는 이름은 <하느님이 불쌍히 여기신다.>란 뜻으로 아기와 그 아기의 사명에 대한 하느님의 계획을 분명히 드러내 보이는 표지입니다. <주님께서 나를 모태에서부터 부르시고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내 이름을 지어주셨다.>(이49,1ㄷ)고 성서에 언급하셨듯이 하느님 뜻에 의해 이름을 <요한>이라고 부름으로써 바야흐로 은총과 자비의 때가 시작됨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의 분위기는 메시아가 오실 것을 알리는 전주곡과 같습니다.

 

주님의 손길로 보살핌을 받고 성장한 요한은 예수님을 두고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하며>(Jn3,30),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Lk3,16)고 하느님의 시선에서 자신의 위치(=이것이 곧 겸손이다.)를 알고 사신 분이십니다. 그뿐만 아니라 예수님을 <보라,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Jn1,36)라고 소개하며 자신의 제자들이 그분을 따라가도록 인도합니다. 그는 이처럼 기꺼이 제자들이 참된 길을 걸어가도록 빗겨 섰던 겸손한 분이셨습니다. <나는 그분이 아니다!>(사13,25)라는 고백은 예언적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새겨들어야 할 고백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몰려왔지만 자신이 메시아라고 결코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을 예수님께로 가도록 빗겨 서신 분이십니다. 우리 모두는 분명 <그분이 아닙니다.> 하지만 때론 내가 그분인 것처럼 타인의 가는 길을 가로 막는 경우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요한은 태어날 때부터 그를 본 사람들이 <이 아기가 대체 무엇이 될 것인가?>(1,65)라고 생각한 것처럼 훗날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한 대로 그는 광야에서 <하느님 나라가 곧 도래하리라.>고 외치는 소리였습니다. 말씀이신 하느님의 말씀을 전달하는 스피커였습니다. 만일 그가 하느님의 소리가 아닌 자신의 말을 했다면 그의 소리는 생명이 없는 헛소리였거나 잡소리로 끝나버렸을 것입니다. 이사야 예언자의 탄식처럼 <나는 쓸데없이 고생만 하였다. 허무하고 허망한 것에 내 힘을 다 써 버렸다.>(49,4)고 토로한 것과 다름없는 빈 신세, 빈 껍질이 되었을 것입니다. 허나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과 관계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깊이 자각했고 자신의 소명을 충실히 실행했기에 생명을 닮은 소리가 되어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닥아 올 새 세상을 맞이하고 준비시켰던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의 겸손한 마음처럼 우리 역시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진리를 선포하고 행동으로 실천할 때 우리는 쓸모 있는 하느님의 심부름꾼이 될 것입니다. 세상의 온갖 유혹과 회유에도 불구하고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자신답게 사는 길이 바로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참된 예언자의 모습일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이 그렇게 살았던 근본적인 원동력은 바로 하느님, 예수님과 관계 안에서 자신의 위치와 자신의 사명을 깨닫기 위해서 오래도록 고독과 침묵 가운데 머물러 있었기에 그의 입술에 진리가 쏟아져 나왔음을 잊지 맙시다.

 

어느 시인이 세례자 요한에 관해서 이런 글을 남겼다고 하는데 저자의 이름을 잘 모르겠네요. <내가 커지면 주님이 오실 자리가 없어지고, 내가 아우성치면 주님의 작은 음성 들을 수 없으니, 작아져 비로소 향기로 남은 그 사람처럼 나도 자꾸 낮아져, 거친 들판에 작은 들꽃으로 피어 있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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