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6.30 07:58

연중 제13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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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끊임없이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누구나 어느 순간 어느 때든 어디서든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백화점에 가서 다양한 유형과 색깔들의 옷을 앞에 두고 어떤 옷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거나, 음식점에 갔는데 메뉴판에 다양한 메뉴들을 보고 어떤 음식을 선택해야 할지 망설이며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고 합니다. 물론 선택은 분명 어려운 일이지만,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이른바 <결정장애>를 겪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결정장애>란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결정장애는 셰익스피어의 작품 <햄릿>에서 <햄릿>이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라는 명대사를 남겨 훗날 <햄릿 증후군>이라고 부른데서 유래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결정을 잘 내리지 못하고 그저 머뭇거리는 사람을 지칭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경우를 오늘 복음의 여러 사람들의 모습에서도 드러나고 있습니다. 순간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하듯이 우리는 세상적인 것이 아닌 주님을 선택하고 주님께서 걸으신 길을 따라갈 수 있는 용단이 필요합니다.

 

때가 차자 예수님은 결연한 자세와 비장한 마음으로 예루살렘을 향해 길을 떠나십니다. 그런 데 사마리아를 지나가시는데 한 마을 사람들이 예수님을 맞아들이지 않자, 제자들이 <주님,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Lk9,54) 하고 묻자 예수님이 제자들을 꾸짖습니다. 어쩌면 제자들은 주님의 마음 상태를, 더욱이 곧 닥칠 주님의 수난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 분명합니다. 사마리아 사람들의 배척과 거부는 예수님의 운명을 이해하는 하나의 열쇠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 상황은 제자들에게나 우리에게도 주님을 따른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숙고해야 하는 기회였던 것입니다. 그분을 따른다는 것은 미움과 배척과 거부를 받아들인다는 선택이며 결정인 것입니다.

 

이런 일이 일어나고 난 뒤, 어떤 사람이 예수님께 <어디로 가시든지 저는 스승님을 따르겠습니다.>(9,57)라고 하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여우들도 굴이 있고, 하늘의 새들도 복음자리가 있지만, 사람의 아들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다.>(9,58) 이 말씀은 그 사람에게 당신을 따름을 거절하신 것이 아니라, 당신을 따르는 삶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하시면서 투철한 각오와 결심을 갖고 따르라고 그 사람뿐만 아니라 당신을 따르려는 모두에게 주는 말씀입니다. 사실 저는 진정으로 주님을 따른다는 것이 어떤 의미이며 삶인지 잘 모르는 채 영세 받은 지 2년 만에 수도회에 입회하였고, 대신학교에 입학하였습니다. 입학 당시 저와 제 동기들은 일반 고등학교나 대학 출신이었기에 예과라고 불렀으며, 총 17명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끝까지 남아 신부가 된 사람은 저를 포함해서 2명뿐입니다. 사실 주님을 따름은 출발에서부터 끝까지 결코 쉽지 않은 과정입니다. 그러므로 주님을 따름은 출발부터 단호해야 합니다. 그분을 따르는 길은 힘들고 어려운 여정을 의미하며 이는 마치 여우나 새들과 같이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는 각박한 삶의 길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다른 사람에겐 <나를 따라라.>(9,59)하고 초대하였지만, 그는 <주님, 먼저 집에 가서 아버지의 장사를 지내게 허락해 주십시오.>라고 응답했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죽은 이들의 장사는 죽은 이들이 지내도록 내버려 두고, 너는 가서 하느님의 나라를 알려라.>(9,60)라고 즉각 따를 것을 요구하셨습니다. 이렇게 말씀하신 까닭이란 바로, 예수님은 육체적으로 죽은 것을 죽은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다. <죽은 자들의 장례는 죽은 자들에게 맡기라>고 하실 때, 첫 번째 죽은 자들은 육체적으로 죽은 자들을 나타내고, 두 번째 죽은 자를 장례 치르는 죽은 자들로, 그리스도를 따르지 않는 영적으로 죽은 자들을 나타냅니다. 하느님의 일을 <첫째>로, 우선해서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 곧 죽은 자들인 것입니다. 이는 곧 하느님 나라의 선포가 아버지의 장례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의 선포는 영원한 생명이 달린 문제니까요.

 

또 다른 사람이 예수님께 말했습니다. <주님, 저는 주님을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먼저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게 허락해 주십시오.>(9,61)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그에게 <쟁기에 손에 대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느님 나라에 합당하지 않다.>(9,62)고 이르셨습니다. 예수님에게서는 하느님 나라는 차선이 아니라 최우선임을 강조하신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예수님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모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쟁기를 잡고 자꾸 뒤를 돌아보고 보고 있습니다. 소금 기둥이 되었던 롯의 아내처럼.

 

오늘 바오로 사도께서는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습니다.>(갈5,13)고 부르심의 이유를 밝히셨습니다. 이는 율법을 지키는 삶이 아니라, 주님께서 걸어가신 길을 따라 살아가면서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부르심의 삶을 살아가면서, 세상의 가치와 육을 따라 살지 않고 예수님처럼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하여라.>(갈5,14)는 계명을 실천하며 살아갈 때 그만큼 더 자유로움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부르심은 곧 자유를 향한 초대이자 호출인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유롭게 되라고 부르심을 받았으며 이는 곧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살아가는>(5,16) 삶의 길입니다. 성령의 인도를 따라 살아가는 삶은 진리의 영안에서 참 자유를 누리며 살아가는 삶입니다.

 

오늘은 교황주일입니다. 교황님은 예수님의 수제자인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이시며, 우리의 영적 지도자이시자 사목자이십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교황으로 선출되신 후 첫 축복을 내리시기에 전에 <자신을 위해 기도해 달라.>며 신자들 앞에 고개를 숙였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부탁처럼, 교황님께서 교황으로써 직무를 훌륭하게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오늘 우리 모두 한 마음으로 교황님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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