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7.01 07:47

연중 제13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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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오 복음(8,18~22)은 어제 연중 제13주일의 루가 복음(9,51~62)과 겹치는 내용이며, 더욱이 오늘은 저희 예수고난회 전례력으로 <보혈 축일>이기에 카톡 묵상 글은 이 축일에 관한 묵상 글입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보배로운 피 (마르코 14, 12~16, 22~26))

중국 송나라 시대의 어느 여인이 지은 시 가운데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혈(= 성체)의 의미를 일깨우는 내용이 있습니다. <진흙 한 덩이로 당신의 모습을 빚고 나의 모습을 빚습니다. 그리고 그 진흙을 한데 짓눌러 뭉갭니다. 그러고 나면 내 안에 당신의 모습이 있고, 당신 안에 나의 모습이 있습니다.> 남편과 하나가 되고 싶은 여인의 간절한 사랑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성체와 성혈은 하느님과 인류와의 사랑의 결합을 상징합니다.(=가나의 혼인 잔치 참조) 부부가 서로 다르면서도 참으로 서로를 온전히 사랑할 때 부부는 둘이면서도 하나가 되는 것처럼 성체와 성혈은 바로 하느님과 인류의 신비적 혼인의 결합을 위한 것입니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요 내 피다.>라는 말씀을 통해서 우리와 함께 하고자 하시는 예수님의 간절한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먼저 오늘 복음에 대한 저의 나눔을 하기 전에 미사 예식 중에 집전자인 사제만이 개인적으로 바치는 기도들이 있는데 이를 먼저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 예물준비 때에 사제는 포도주에 물을 한 방울 섞으며 속으로 이렇게 기도합니다. <이 물과 술이 하나 되듯이, 인성을 취하신 그리스도의 신성에 저희도 참여하게 하소서.> 사실 제게는 이 순간이 미사 중에 가장 의미로운 순간이기도 합니다. 비록 신자들 대부분은 이 기원문을 듣지 못하지만 이 순간은 바로 우리의 나약한 인간성(人性)이 하느님의 신성(神性)에 참여할 수 있다는 희망의 지평을 열어 줍니다.

 

또 다른 기도문은 영성체 전 사제가 빵을 나누면서 하는 기도문입니다.

<여기 하나 되는 주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가 이를 받아 모시는 저희에게 영원한 생명이 되게 하소서.> 빵과 포도주를 분리 축성하는 까닭은 육과 영이 갈라진 그리스도의 죽음을 상징하며, 축성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섞는 것은 그리스도의 부활로 그분의 몸과 피가 일치된 것을 의미합니다. 이렇게 합치된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심으로, 이 성체와 성혈은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끈다는 의미입니다. 성체와 성혈은 본질적으로 우리를 하느님 아버지께 이끌고 아버지께 귀의하게 하는 영적 음식이자 음료입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무교절 첫날 곧 파스카 양을 잡는 날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스승님께서 잡수실 파스카 음식을 어디에 가서 차리면 좋겠습니까?>(Mr14,12) 하고 묻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제자 두 사람에게 <도성 안으로 가거라. 그리고 물동이를 메고 가는 남자를 만날 터이니 그를 따라가거라. 그리고  그가 들어가는 집의 주인에게 “스승님께서 ‘내가 제자들과 함께 파스카 음식을 먹을 방이 어디 있느냐?’하고 물으십니다.‘ 하여라. 그러면 그 사람이 이미 자리를 깔아 준비한 큰 이층 방을 보여 줄 것이다. 거기에다 차려라.>(14,13~15) 이 부유한 집주인은 기꺼이 자신의 집에서 제일 큰 방을 내어 드립니다. 이 주인은 자신의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자신의 집을 개방하고 주님과 제자들을 영접하는 관대하고 너그러운 마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이는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라고 말씀하시는 주님의 마음과 상통합니다. 예수님의 자기증여, 즉 자신이 지니고 있는 모든 것을 온전히 다 내어주심을 닮고 있습니다. 이 자기 증여의 텅 빈 공간 안에 새로운 인간의 탄생과 <새 하늘과 새 땅>의 도래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 당신 제자들과 함께 보낼 마지막 시간이 이렇게 차질 없이 준비되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예수님과 열두 제자들은 그 집에서 파스카 음식을 드십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며 말씀하십니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14,22) 또한 잔을 들어 감사를 드린 다음 제자들에게 주시며,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14,25) 이렇게 최후 만찬에 대한 이 이야기는 두 가지 요소를 주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빵에 대한 행위와 말씀이요, 다른 하나는 잔에 대한 행위와 말씀입니다. 이 행위들은 <들고>, <찬미 드리고>, <떼어>, <주다>라는 팔레스티나 지방의 유대인들의 식사 순서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에 이어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권하시고 그 이유를 설명해 주시는 말씀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고 덧붙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축복하신 빵을 손에 드시어 함께 나누는 상징적 행위를 통해 제자들에게 당신 자신을 선물로 주시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이 지닌 의미는 이 빵이 그분의 몸이라는 것 그 이상입니다. 그 다음 잔을 두고 하신 말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피다.>는 말씀을 통해서 비로소 예수님의 <몸>과 <피>는 곧 미구에 겪을 당신의 십자가상의 죽음으로 봉헌된 당신의 몸과 피를 말합니다. 이렇게 성찬의 빵과 성찬의 잔이 함께 받아들여질 때 그 의미가 완전해질 것입니다.

 

잔과 관련한 예수님의 행동은 빵에 대한 표현과 거의 동일한 말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내어 주신 잔은 돌아가며 손에서 손으로 건네집니다. 그러나 예수님 자신은 이것을 마시지 않으십니다. 그분의 <계약의 피>를 담고 있는 잔은 제자들을 위해 준비된 까닭입니다. 같은 잔을 마시는 제자들은 그분의 피와, 이로 맺어지는 하느님과의 계약에 참여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을 위해 흘리는 계약의 피>는 이집트 탈출이라는 성경 전승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오늘 독서에서 모세는 원로들에게 <너희는 주님께서 약속하신 대로 너희에게 주실 땅에 들어가거든, 이 예식을 지켜라......우리 집들을 구해 주셨다. 그러자 백성은 무릎을 꿇고 경배하였다.>(탈12,25.27)

 

루카는 이 잔이 <내 피로 맺는 새 계약>(Lk22,20) 이라고 좀 더 명확하게 말하고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당신의 공동체에 약속하신 새로운 계약은 그분의 피로써 확실하게 체결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죽으셨을 때 비로소 뚜렷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이어서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가 올 때까지 포도나무 열매로 빚은 것을 결코 다시는 마시지 않겠다.>(22,18)고 하십니다. 새 계약은 궁극적으로 하느님 나라에서 성취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단지 영성체로 주님의 몸과 피를 받아 모시는 수동성에 머물러서는 안 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22,19)라는 말씀에 비추어 볼 때 성체성사는 예수님께서 당신 자신을 바치시는 행위에 우리를 끌어들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분의 사랑과 그 사랑의 내어줌으로 죄에서 씻겨주고 생명으로 충만한 것처럼 우리 또한 나의 이웃과 세상을 위해 사랑으로 내어 놓기를 바라십니다. 그 집 주인의 마음처럼 우리 역시도 기꺼이 주님을 위해 우리가 가진 바를 내어놓기를 바라십니다.

 

*어제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들의 만남으로 가져 온 한반도의 평화를 향한 대화가 재개된 점에 참으로 감사드리며, 지난 25일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에 바친 기도의 의미를 새삼 생각하게 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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