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8.05 07:48

연중 제18주간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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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만나서 예수님과 함께 살면 살수록 느끼는 것은 예수님은 참 별난 분이시고 특이한 분이시라는 점입니다. 그 점이 바로 저에게는 참으로 가장 큰 매력으로 닥아 옵니다. 우리 모두에게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사실은, 그분은 특별히 배고프고 헐벗은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과 장애인들을 좋아하시고 늘 그들과 함께 하셨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은 삶에 지치고 힘겨워 하며 배고픈 사람들을 보실 때, 결코 지나치시지 않고 그들의 필요를 채워 주려고 최선을 다하셨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배를 타시고 따로 외딴곳으로 물러가신>(Mt14,13) 이유는 팔자 편하게 휴가를 떠나신 것이 아니라 당신의 동반자였던 세례자 요한의 죽음 소식을 들으셨기에 외딴 곳으로 물러가신 것입니다. 휴가를 위한 물러남이 아니라 애도를 위한 그리고 자신의 사도직 활동을 새로운 상황에 맞춰 조정하기 위해 물러났다고 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예수님의 마음은 찹찹하고 무거웠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이런 예수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군중들이 당신께 몰려오자 그런  군중들을 보시고, 당신을 잠시 잊은 채 그들의 어려움을 먼저 헤아리시는 주님의 마음 씀씀이 한편 감사하면서도 한편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 역시도 주책없는 군중의 한 사람이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주님은 자신을 돌보기보다 자신을 찾고 자신을 필요로 하는 가엾은 군중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이타심)하신 반면, 군중은 자신들의 필요와 욕구만을 챙기려는 듯(=이기심) 한 모습이 대조적입니다. 예수님께서 잠시 쉬시도록 배려해 드리지 못하고 늘 우리 자신의 어려운 처지를 이해해 주고 도와달라는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싶어서 한편 예수님이 안쓰럽기도 합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저녁때까지 병자들을 치유해 주신 예수님을 향하여 <여기는 외딴 곳이고 시간도 이미 지났습니다. 그러니 군중을 돌려보내시어, 마을로 가서 스스로 먹을거리를 사게 하십시오.>(14,15)라고 말하는 제자의 표현에서 제 자신을 봅니다. 군중을 챙겨주는 듯싶지만 이제 저희도 피곤하고 배도 고프니 좀 쉬면서 뭘 먹어야 하는 게 아닙니까? 라는 속내가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예수님의 말씀은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14,16)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 말씀을 이렇게 이해합니다. <가난한 자들아, 너희가 알아서 너희의 문제를 해결하라!>가 아니라 <제자들아, 너희가 나서서 가난한 자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라!.>고 말입니다. 그러니까 가난한 자들에게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방치하는 게 교회의 처신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을 때는 교회가 먼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제세해주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는 의미로 말입니다. <너희가 그들의 필요를 채워주어라!!> 사랑은 상대방의 필요를 채워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목마른 자에게는 마실 물을 주는 것이며, 배고픈 자에게는 먹을 빵을 주는 것이며, 위로가 필요한 자에게는 위로를 베푸는 것이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그들을 보낼 필요가 없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고 권고하자 제자들은 <저희는 여기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14, 17)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단초를 내어 놓습니다. 제자들은 아직도 스승이신 예수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불가능이 없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믿지 못했습니다. 예수님께서 하고자 하시면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라 충분하고도 남았던 것입니다. 그렇지만 제자들의 대답에는 지극히 인간적인 계산법 아래 이미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느낍니다. 그러기에 군중들을 예수님께서 돌려보내시도록 언질을 했던 것이겠지요. 늘 제자들은 함께 계신 주님을 망각하거나 자신들의 방법으로 해결하려는 실수를 범합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주님께 대한 믿음이 부족했거나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입니다. 자신들의 방법을 스승에게 제안하기보다 오히려 <주님 , 저희가 어떻게 할까요? 그 방법을 가르쳐 주시고 도와주십시오.>라고 겸손되이 청하는 마음이 필요했던 상황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이는 단지 제자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에게도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빵의 기적은 제자들이 가지고 있던 턱없이 부족할 것 같은 빵 다섯 개, 물고기 두 마리를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인간의 계산으로 너무 하찮고 보잘 것 없이 적은 양이었지만, 그것이 예수님의 손에 넘겨지고, 손을 들어 아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의 축복을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이젠 더 이상 부족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엄청난 양으로 변화되어 있었습니다. <하늘을 우러러 찬미를 드리신 다음 빵을 떼어 제자들에게 주시니, 제자들이 그것을 군중에게 나누어 주었다.>(14,19) 여기서 빵을 손에 들고 축복하신 다음에 빵을 떼어 나누어주셨다는 말씀은 성체성사를 연상하게 합니다. 엠마오의 제자들도 빵을 떼어 나누어주실 때 주님을 알아보았듯이 빵을 떼어 나눔은 단순한 나눔이 아니라 삶에 지치고 상처로 찢겨진 영혼들의 아픔에 예수님 친히 자신의 몸으로 함께 나누시는 것이며, 빵 뗌을 통해서 주님과 상처받은 우리 모두가 하나 됨을 의미하는 중요한 신앙과 사랑의 표지이기도 합니다.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모인 공동체는 단지 성찬의 식탁에서만이 아니라 일상의 삶에서 예수님의 표양, 곧 자신의 십자가상의 죽음으로 이루어진 구원과 생명을 늘 세상의 부서지고 상처받은 영혼들과 함께 나누기를 원하신다는 사실입니다. 기적은 곧 사랑의 나눔과 그 사랑으로 찢기고 상처받아 문드러진 영혼들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데 있습니다. <너희가 그들에게 먹을 것을 주어라.>(Mt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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