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08.18 06:58

연중 제20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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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최명희는 <혼불>을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그 만큼 최명희는 자신의 모든 혼과 마음 그리고 몸으로 이 <혼불>을 쓰기 위해 17년을 쏟아 붇고 홀연히 떠나 간 사람입니다. 처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저는 우리 한글의 감칠맛과 그 다양한 표현들에(=특히 여성들이 사용하는 단어들)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최명희 작가의 작품명이기도 한 <혼불>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없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혼불을 보았다는 사람은 많습니다. 이것은 우리 몸 안에 있는 불덩어리로, 사람이 제 수명을 다하고 죽을 때, 미리 그 몸속에서 빠져 나간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의 몸에 혼불이 있으면 산 것이고, 없으면 죽은 것입니다. 혼불은 목숨의 불, 정신의 불, 삶의 불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것은 또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힘의 불이기도 합니다. 즉 혼불은 존재의 핵이 되는 불꽃인 것입니다. 그러기에 이미 혼불이 나가버린 사람은 사실 껍데기만 남은 어둡고 차디찬 몸이며, 죽은 몸인데도 살아있다고 믿는 어리석은 게 우리 자신들일지도 모릅니다. 저는 오늘 복음을 읽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최명희의 <혼불>이며,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Lk12,49)고 말씀하신 바를 혼불의 의미인 목숨의 불, 정신의 불, 삶의 불을 타오르게 하시려는 의미로 받아드립니다. 삶의 불(=구약에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불이라고 하였습니다.)은 타올라야 하지만, 죽음의 불(=유대인들에게는 불은 심판을 의미합니다.)은 동시에 태워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대할 때면 항상 의문이 일어납니다. 예수님께서는 어떤 의도로 <나는 세상에 불을 지르러 왔다. 그 불이 이미 타올랐으면 얼마나 좋으랴? 내가 세상에 평화를 주러 왔다고 생각하느냐? 아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12.49.51)라고 말씀 하셨을지 궁금해집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우매한 관점에서 바라볼 때, 당연히 예수님은 이 세상에 참 평화를 주시러 오신 분이라 알고 있는데, 정작 당신은 평화가 아니라 불을 지르러 왔으며 분열을 일으키러 왔다고, 이로 인해 한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어 서로 갈라지게 할 것이라 말씀하시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는 거짓 평화가 아닌 참 평화를 위해서 거짓된 평화를 태워버려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불은 모든 것을 재로 만들어 버리듯이 거짓된 평화를 태워 재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를 위해 불을 질러야 합니다. 불은 불로써 꺼야 하며, 불은 불로써 타오르도록 해야 합니다. 태워버리면 남은 것은 재 곧 죽음입니다. 이는 곧 새로운 것, 참 평화를 위한 생명을 잉태하는 죽음입니다. 처음에는 죽음만이 보일 뿐 새로운 생명은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분열만 보일뿐, 새로운 일치와 평화는 보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새로운 평화나 일치 보다 당장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나도 크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선뜻 불을 지르지 못합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 직접 나셔서 세상에 불을 지르러 오신 것입니다. 당신이 이 불을 지르기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이 불을 지폈으면 좋았을 텐데 아무도 두려워서 이 불을 지피지 못했던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불을 지펴서 진정한 일치와 화목, 참된 평화와 사랑을 가로막고 있는 것들을 태워버리고자 하셨던 것입니다. 이 불로 평화를 저해하고 가로막는 지금까지의 모든 거짓과 어둠을 살라버리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불을 지르고 분열을 일으키십니다. 다시금 언급하지만 이는 곧 평화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내면의 숨은 증오와 상처를 드러내 아물게 하기 위해서 불을 지르고 분열을 일으키러 오신 것입니다. 최명희의 상징처럼 목숨의 불, 정신의 불, 삶의 불을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 우선해야 하는 것이 이를 가로막는 것을 태워버리는 아픔이 필요합니다.

 

예수님이 이 세상에 지르러 오신 불은 <하느님의 나라>라는 불이요, 그 하느님의 나라라는 불이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 <내가 받아야 하는 세례가 있다. 이 일이 다 이루어질 때까지 내가 얼마나 짓눌릴 것인가!>(12,50)라고 하셨듯이 그 불을 타오르게 하시기 위해 죽으셨습니다. 즉 십자가의 죽음으로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라는 불이 타오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불은 이 세상 마칠 때까지 계속 번져 나가야 합니다. 내년 도쿄에서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인데, 후쿠시마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선수들에게 제공하겠다고 해서 이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고 올림픽 위원회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아무튼 전국 체전이든, 아시아 올림픽과 세계 올림픽의  개회식이 선포된 순간부터 폐회식이 선포되는 순간까지 성화는 타오르게 되어 있습니다. 성화가 대회 마지막 순간까지 꺼져서는 아니 되듯이 하느님 나라의 불도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 이루어 질때까지 결코 꺼져서는 아니 됩니다.

 

우리는 하느님 나라의 불이 세상 끝 날까지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혼불이 나가면 이미 죽은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직 죽지 않은 것처럼 믿는데 이는 어리석은 일이며 꺼지기 전에 이 혼불을 꺼지지 않도록 잘 지키며 살아가야 하듯이 그리스도인인 우리도 역시 하느님 나라의 불이 잘 타오르도록 끊임없이 복음의 정신으로 불 타 올라야 합니다. 복음의 혼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예수의 영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주님께서 원하시는 참된 평화와 일치를 이루는 불이 타오르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보이지 않고 드러나지 않은 죄와 허물을 태워버리고, 하느님 말씀으로 꺼지지 않은 평화와 사랑의 불이 세상 끝 날까지, 우리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잘 타오르도록 이 불을 잘 간직하고 보존하도록 노력합시다. 이를 위해 늘 성령께 자리를 내어 드리고 성령께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도록 은총을 구하도록 합시다. 히브리서의 권고처럼, <우리도 온갖 짐과 그토록 쉽게 달라붙는 죄를 벗어 버리고, 우리가 달려야 할 길을 꾸준히 달려갑시다.>(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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