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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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채 길(=인생)을 걷고 있기에 그 길을 걸으면서 끊임없이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라고 묻지만,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때가 오신 것을 아시고 예루살렘으로 가시려고 마음을 굳히셨습니다. 사람이 자신의 때를 알고 어디로 가야한다는 것을 안다는 것은 인생이란 길을 걸으면서도 늘 자신이 누구이며 자신의 소명이 무엇인지를 물어왔기에 사람-사건-사물을 통해서 들려오는 아버지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예수님은 이제 당신을 통해서 아버지께서 세상에 성취하실 구원의 때가 오신 것을 아시고 예루살렘으로 길을 잡으신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가셔야 할 예루살렘은 단지 지형학적인 장소이지만 이는 우리에게는 도달해야 하는 인생과 영적 순례의 목적지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 순례를 영적 달음질이라고 칭하였으며, 우리의 여정은 바로 <하느님께서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우리를 하늘로 부르시어 주시는 상을 얻으려고, 그 목표를 향하여 달려가고 있는 것입니다.>(필3,14)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 그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 아니기에 이미 우리 보다 앞서 그 길을 걸으셨던 예수님을 본받아 뒤 따라야 합니다. 

 

본디 유다인과 사마리아인은 한 민족이었지만 기원전 722년 아시리아에 패망한 후 사마리아 사람들은 아시리아의 식민지 정책에 동화되어 혼혈민족이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 유대인들은 혈통을 보존하지 못한 사마리아 사람들을 개처럼 취급하고 멸시했으며, 회당에서 공공연하게 저주하고 상종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갈릴레아에서 예루살렘을 갈 때, 유대인들은 지름길을 나두고 요르단 강을 건너 사마리아를 우회해서 예루살렘으로 갔던 것입니다. 그런데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통상적인 길이 아닌 사마리아를 지나가시려고 먼저 심부름꾼들을 보내셨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마리아하면 떠오르는 두 사람이 있잖아요. 첫째는 착한 사마리아인(10,33)과 사마리아 여인(Jn4,1~42)입니다. 특히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에서 예수님은 그녀에게 이제 영과 진리 안에서 참된 예배를 드릴 때가 올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후 많은 사마리아 사람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었습니다. 이런 배경 하에서 오늘 복음의 이야기를 묵상하면 좋으리라 봅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예상과 달리 사마리아 사람들은 예수님의 일행을 맞아들일 마음이 없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반응이었고, 이에 대해 지난날의 아름다운 기억을 갖고 있었던 야고보와 요한이 <주님, 엘리야가 한 것처럼 저희가 하늘에서 불을 불러내려 저들을 불살라 버리기를 원하십니까?>(9,54)라고 예수님께 물었던 것입니다. <아니 이런 싸가지들이 있나 그래!!!> 저 역시도 그 자리에 있었다면 그들과 전혀 다르지 않은 반응을 했으리라 봅니다. 사실 5.18 광주 민주항쟁 때 저도 전두환 일당에게 그런 벌을 내려주시기를 기도했었죠. 그 또한 저의 성숙하지 못한 인간적 반응이었다는 것을 훗날 깨닫게 되었습니다. 물론 다혈질적인 성격 때문에 야고보와 요한이 그렇게 사마리아인들에 대해 분노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스승이신 예수님께서는 유대인들이 사람같이 취급하지 않은데 비해 그들을 배려하고 존중하며 사랑했는데, 돌아오는 것이 오히려 냉대이니 스승님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도 그렇게 격한 반응을 보이셨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한 마디로 예수님께 대한 사마리아인들의 배은망덕이라고 제자들은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역지사지의 심정에서 바라보면 약자이며 소수였던 사마리아인들은 다른 사람도 아닌 예수님께서 자기들을 멸시하는 유다 예루살렘으로 가신다니 자기들이 그렇게 믿었던 예수님께 배신감을 느꼈을 겁니다. <결국 당신도 다른 유대인들과 다르지 않으시고 마찬가지시군요.> 물론 예수님은 이를 이미 예견하셨기에 심부름꾼을 미리 보내셨고 격한 분노를 드러내는 제자들을 오히려 꾸짖으신 것은 이 일을 통해 사마리아 사람들을 시험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앞으로 세상에서 당신의 복음을 선포할 제자들에게 세상의 반응, 곧 거부와 배척에 어떻게 신앙적으로 대처해야 하는 가를 가르치기 위한 의도였지 아닐까 싶습니다.

 

예수님은 마치 물 흐르듯이 모든 것을 순리대로 자연스럽게 응답하시고 수용하신 분이시기에 결코 자신의 계획을 집착하기보다는 사마리아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해하고 공감하셨던 것이라 봅니다. 자신이 베풀었기에 당연히 환대와 환영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면 굳이 심부름꾼들을 앞질러 보내서 당신의 행선지와 여행 목적을 알릴 이유가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록 그들이 당신을 환대하지 않았다고 해서 부정적인 느낌을 토로하시기보다 기꺼이 그들의 입장을 수용하시고 <가시려던 길>을 바꾸신 그 유연함을 우리 또한 본받아야 하리라 봅니다. 자신이 가고자 했던 길, 자신이 계획하고 이미 시작한 일이라도 기꺼이 바꿀 수 있고 바꾸는 유연함과 열린 마음을 제자들도 그리고 우리 또한 닮아야 하리라고 봅니다.

 

*오늘 소화 데레사 성녀 축일입니다. 축일 맞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018년부터 대축일에서 기념일로 변경되면서 갑자기 평가절하 된 기분이 없지는 않지만... 아무튼 축일을 축하드립니다. 오늘 기념일에 맞는 복음은 어제 복음인 듯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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