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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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면, 청결이나 청소를 썩 잘한 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되어집니다.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누이 죽고 난 뒤 본의 아니게 엄마가 앓아누우신 관계로 부엌일을 하고 학교를 다니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 저는 장독대를 자주 닦고서 학교를 갔었습니다. 그 까닭은 제 엄마가 늘상 그렇게 하신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수도원에 입회하면서부터 지금도 제가 가장 잘 하는 일은 요리보다 설거지입니다. 특별히 그릇을 깨끗이 씻는 일과 관련해서 아주 특별한 기억이 많습니다. 예전 1980년 서울 대신학교 시절엔 수도회 통학생들은 점심 식사만큼은 교구 신학생들과 같이 먹었는데 첫날 점심 식사 후 식기를 세척하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이지 여간 불편한게 아니었습니다. 아침과 저녁 식사 때는 자신들의 자리가 정해져 있으니 아마도 깨끗이 씻으리라고 상상하지만, 점심때는 식사 자리가 변경되기에 자신이 먹은 식기나 수저 등은 대충 흐르는 물에 담갔다가 이내 행주로 씻는 모습을 보면서 참으로 충격이었습니다. 이런 광경은 비단 대신학생 때만이 아니라 미국 유학 시절의 시카고 할렘 공동체에서도, 안식년을 보낸 시드니 공동체에서도, 그리고 벳남에서도 거의 비슷했습니다. 제가 이런 광경을 보고 어떻게 했을 것 같습니까? 도저히 볼 수 없어서 거의 매일 제가 설거지를 전담했지요. 왜냐고요 제가 그 식기로 먹어야 했었으니까요. 처음 중국을 방문할 때도 기름진 음식이기도 했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식당과 식기의 더러움 때문에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기에 남들 보다 잘 한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일은 바로 설거지 하는 일입니다. 이 또한 병이고 위선이겠죠?

 

오늘 복음(Lk11,37~41)에 보면, 예수님께서는 <깨끗하다.>는 의미를 외부, 겉 표면의 깨끗함을 두고 하신 말씀이 아니라, 내면 곧 속의 상태가 어떠하냐에 두고 계십니다. 흔한 표현으로 우리는 나이 드신 분들을 볼 때 <저 사람은 참으로 곱게 늙었다. 저 사람은 추하게 늙었다.>하고 말을 합니다. 이런 표현 또한 눈에 보이는 겉모습(=얼굴, 체구 등)만을 보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풍겨나는 말투, 행동, 표정 등을 통해 느끼는 그 사람의 과거-현재의 삶을 내용을 빗대어 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이 들어가면서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타인의 눈에 어떻게 보여질까? 여러분은 어떤 아름다움을 가장 으뜸가는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시며 어떻게 그 아름다움 내지 깨끗함을 간직하고 유지하고 계십니까?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진정한 아름다움, 진정한 깨끗함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계십니다. 예수님께서 강조하신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속에 담긴 것으로 자선을 베풀어라! 그러면 모든 것이 깨끗해 질 것이다.>(11,41)라고 당부하십니다.

 

오늘 잔과 접시의 겉만 강조하는 바리사이들에게, 아니 저에게 예수님은 <어리석을 자들아, 겉을 만드신 분께서 속도 만들지 않으셨느냐?>(11,40) 질책하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말씀과 속 깊은 뜻을 알아차린 사도 바오로는 할례를 받고 아니 받고, 율법을 지키고 지키지 않은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만이 중요할 따름입니다.>(갈5,6)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겉도 깨끗하고 깔끔해야겠지만 마음이 곱고 깨끗한 사람은 하느님을 뵈올 것입니다.(Mt5,8참조) <로마의 휴일>,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오드리 헵번은 20세기 아이콘으로, 세기의 미녀로 그리고 유명인의 부와 명예 대신 굶주리는 난민 아이를 품에 안고 적극적인 사회 활동을 펼치던 소셜테이너의 선구자로서 우리의 기억 속에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녀가 아들에게 남긴 유언 <아름다운 사람이 되고 싶다면>을 인용하렵니다.

 

<아름다운 입술을 갖고 싶으면 친절한 말을 하라. 사랑스런 눈을 갖고 싶으면 사람들에게서 좋은 점을 보아라. 날씬한 몸매를 갖고 싶으면 너의 음식을 배고픈 사람과 나누어라. 아름다운 머리카락을 갖고 싶으면 하루에 한 번 어린이가 손가락으로 너의 머리를 쓰다듬게 하라. 아름다운 자세를 갖고 싶으면 결코 너 자신이 혼자 걷고 있지 않음을 명심해서 걸어라. 사람들은 상처로부터 치유되어야 하며 낡은 것으로부터 새로워져야 하고 병으로부터 회복되어야 하고 무지함으로부터 교화되어야 하며 고통으로부터 구원받고 또 구원받아야 한다. 결코 누구도 버려서는 안 된다. 기억하라! 만약 내가 도움을 주는 손이 필요하다면 너의 팔 끝에 있는 손을 이용하면 된다. 네가 더 나이가 들면 손이 두개라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한 손은 너 자신을 돕는 손이고 다른 한 손은 다른 사람을 돕는 손이다.>


*오늘 성녀 대 데레사 축일입니다. 축일을 맞는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신학생때부터 성녀의 저서를 즐겨 읽었기에 늘 스페인 아빌라를 가고 싶었죠.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지난 시간 두 번이나 아빌라를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참 아름다운 곳 아빌라! 더 아름다운 것은 바로 성녀 데레사의 하느님과의 일치를 이루기 위해 더 높은 영혼의 성을 향한 불같은 열정과 투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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