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19.12.31 08:20

성탄 팔일 축제 제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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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다사다난했던 2019년 기해년이 가고, 이제 2020년 경자년更子年(황금 쥐띠)이 밝아오고 있습니다. 흔히 한해의 마지막 날을 제일(除日)이라고 하고, 마지막 밤을 제야(除夜)라고 합니다. 여기서 한자 <제除>는 <섬돌, 길, 깨끗이 하다, 버리다.> 등의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일은 <새해가 발돋움하는 날>이라는 의미와 <새 해를 맞이하는 길목>이라는 의미, <묶은 해를 깨끗이 치우고 비운 자리에 새해가 솟아오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여러분에게 있어서 2019년 기해년은 훗날 어떤 해로 기억될 것 같습니까?

 

연말이 되면 해마다 저는 대학 교수들이 선정한 올해의 사자성어가 무엇일까 기다리는 습관이 있습니다. 올 한해 우리나라의 정치·경제·사회를 규정지을 수 있는 올해의 사자성어로 <상대를 죽이면 결국 함께 죽는다.>는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고 합니다. 공명이란 새는 아미타경’(阿彌陀經) 등 불교 경전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라고 합니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이 새는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납니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이를 질투한 다른 머리가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 결국 두 머리가 모두 죽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사자성어를 추천한 영남대 철학과 최재목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은 공명조와 비슷한 상황으로 <모두가 상대방을 이기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함께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설명하는 가운데 오늘 우리나라의 극심한 <진보와 보수>,<여당과 야당>의 갈등 현실을 공명조에 빗대어 말했던 겁니다. 이는 서로가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공멸하게 되는 ‘운명공동체’라는 뜻을 지니고 있음을 깊이 자각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상생과 공존의 길을 찾아나서는 경자년이 되기를 바라는 국민의 깊은 소망을 담고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여러분도 교수들이 왜 올 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로를 선정했는지 동의하시고 동감하시리라 믿습니다.

 

그렇습니다. <공명지조>와 같은 상태는 비단 금년 한 해만이 아닌 벌써 몇 년 째 지속되어오고 있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진 대립과 갈등 구조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땅의 현실이면서 우리 각자의 삶의 현주소이며 신앙의 상태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든 교회 공동체로든 우리는 진리이신 주님의 말씀을 들었으면서도 우리는 제대로 진리를 증거하며 살지 못했다고 느껴집니다. 오늘 독서에서 사도 요한은 이렇게 충고합니다. <내가 여러분에게 이 글을 쓰는 까닭은, 여러분이 진리를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진리를 알기 때문입니다. 또 진리에서는 어떤 거짓말도 나오지 않기 때문입니다.>(1Jn2,21) 결국 우리는 진리를 모르는 사람이 아니고 진리가 무엇이며 그 진리를 통째로 사신 분이 누구이신지도 압니다. 다만 경험적으로 진리를 찾기 이전에 진리를 간절히 추구하지만 막상 진리를 만나면 돌아서는 게 제 자신의 비굴함이며 믿음의 부족함입니다. 저와 달리 여러분은 그렇지 않으시리라 믿습니다. 왜냐고요. 진리를 살려면 거짓으로 치장된 모든 것을 벗어야 하고 그런 것과 단절해야 하고, 더 나가서는 자신이 제대로 온전히 죽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알면서도 온전히 살지 못하는 것이 저와 우리 그리고 세상의 현실이며 어둠입니다. 그러기에 그 거짓과 어둠에서 우리 스스로의 힘만으로 벗어날 수 없음을 인정하고, 아니 벗어날 수 없었기에 말씀이시며 생명의 빛이신 그분께서 사람이 되시어 오셨으며 이것을 믿는 것이 우리의 신앙입니다. 그분은 은총과 진리가 충만한 분이시며(Jn1,14참조), 그분으로 말미암지 않고서는 세상의 어느 누구도 거짓과 어둠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충만하신 그분께서 우리 모두에게 은총에 은총을 주셨으며(1,16참조) 우리가 받은 은총으로만이 거짓을 벗어 버리고 진리에로 나아갈 수 있으며, 진리를 살 수 있습니다. 어제의 너와 나를 포함해서 우리의 삶이 <공명지조>와 같은 대립과 갈등 관계에서 자기 정당함과 이기적인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행동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겸허히 인정합시다. 다가오는 경자년은 바로 알파요 오메가이신 주님의 은총에 은총을 충만히 받아 참이 거짓을 다스리고, 진리가 오류를 지배하는 우리 자신과 세상이 되기를 더욱 희망하며 새 해를 맞이합시다. 새해에는 사도 바오로의 권고처럼, <여러분은 현세에 동화되지 말고 정신을 새롭게 하여 여러분 자신이 변화되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무엇이 하느님의 뜻인지,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느님 마음에 들며 무엇이 완전한 것인지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로12,2) 경자년인 내년은 올 해와 우리나라의 모든 분야에서 어둠과 거짓이 판을 치는 세상이 아니라 진리와 희망이 그리고 신뢰가 넘쳐나기를 간절히 바라며 새해를 맞으며 기도합니다. 한 해 동안 베풀어 준 모든 분들의 따뜻한 관심과 사랑에 다시금 감사드립니다. 경자년에는 우리 모두 좀 더 건강한 몸과 건전한 정신과 거룩한 영혼을 가꾸며 살아가는 한 해가 되길 바랍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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