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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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좋은 질문은 좋은 대답을 얻고 옳은 해답을 찾을 수 있다고 합니다. 모든 종교가 그렇지만 성경에도 아주 의미롭고 심오한 질문이 많이 있습니다. 아담을 향한 하느님의 <너 어디에 있느냐?>(창3,9),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던진 <너희는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Mt16,15)와 <요한의 아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Jn21,16)라는 질문은 단지 한 개인에게 던진 질문이 아닌 우리 모두에게 향한 질문이며, 이 질문에 우리 각자는 필히 똑바로 서슴치 않고 대답해야 합니다. 사실 모세는 미디안에서 양들을 치면서 줄곧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붙잡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복음에 보면, 사제들과 레위인들이 세례자 요한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은 누구요?>(Jn1,19)

 

옛날 로마제국 때, 다른 나라와의 전쟁에서 승전한 개선장군들이 로마로 입성하면 백성들이 모두 몰려나와 연도에 늘어서서 환호성을 지르며 맞이했다고 합니다. 그때 로마로 입성하는 장군들은 노예 한명을 마차의 뒤에 숨겨 들어왔다고 합니다. 그 이유인 즉, 백성들이 환호할 때마다 장군의 뒤에서 그 노예는 <너는 신이 아니다! 신이 아니다!>라고 외치는 역할을 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러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이는 참으로 지혜로운 처신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사실 사무엘서에 보면, 다윗이 필리스티아 사람을 쳐 죽이고 군대와 함께 돌아오자, 백성들이 <사울은 수천을 치시고 다윗은 수만을 치셨다네!>(1사18,7)라고 노래하자 사울 왕이 몹시 화가 나고 속이 상하여 그날부터 사울은 다윗을 시기하였다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로마 장군들은 스스로 삼가 조심하였다고 봅니다.

 

어쩌면 겸손과 섬김의 자세를 갖춘 세례자 요한은 변덕스런 사람들과 세상인심을 간파하고 터득했기에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깨달았기에 사람들의 <당신은 누구요?>라는 질문을 받고 <나는 그리스도도-엘리야도-그 예언자도 아니다.>(1,19~21참조)고 답변했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누구인지 알기 이전에 우리가 또한 누군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더욱 요한복음에서, 이 세 번의 부정 <나는 ~이 아니다.>는 형식은 아주 중요한 의미를 드러내고 있는데, 예수께서는 <나는 ~ 이다.>라고 반복해서 표현하셨는데 이는 예수님의 인성을 확증하는 표현입니다. 즉 그분께서 <에고 에이미 나는 ~~이다.>라고 할 때 이는 곧 그분의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그분의 전 존재를 뜻합니다. 그래서 주님은 반복해서 당신 스스로를 이렇게 표현 합니다: <나는 세상의 빛이다.>,<나는 살아있는 생명의 빵이다.>, <나는 포도나무이다.>, <나는 문이다.>, <나는 목자이다.>,<나는 생명이요 부활이다.>,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는 생명의 물이다.>등.

 

그러기에 요한 세례자가 말하는 <나는 ~이 아니다.>는 고백은 요한의 겸손함을 드러내는 것만이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신원)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요한은 분명 사람들이 알고 있는 자신과 자신이 알고 있는 자신과의 차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이나 신분이나 역할을 착각하지 않고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진솔하게 밝힐 수 있었습니다. 요한은 그 자신이 <그리스도>가 아님을 그리고 <엘리야>도 <그 예언자 곧 모세>(신18,18)도 아니라고 고백했던 것입니다. 물론 요한은 엘리야가 아니었지만 엘리야와 같은 역할(=백성들의 회개를 회개의 세례 베풂)을 수행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습니다. 그가 확신한 자신의 정체성은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다.>(1,23)고 고백하며, 그 정체성에서부터 자신의 소명은 곧 <너희는 주님의 길을 곧게 내는> 것임을 자각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만약 네가 하느님을 알고 싶으면 먼저 너 자신에 대하여 알도록 하라.>는 에바그리우스 폰티쿠스 말처럼 요한은 진정 하느님이 누구이신지를 알았고 그 하느님 안에서 참으로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았던 참된 인간이었으며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경자년의 둘째 날인 오늘뿐만 아니라 올 한 해 동안 우리를 예수님께 인도할 우리의 영적 안내자이자 멘또입니다. 그러기에 우리 또한 요한을 찾아 와서 <당신은 누구요?>라고 묻는 사람들처럼 <길이요 진리며 생명이신 주님을 찾아 가는 한 해가 되고>, 진리를 찾고 있는 이들과 더불어 그 길을 가면서 세례자 요한처럼 <나는 ~이 아니다.>고 고백하며 자신을 더 잘 알아가는 한 해가 되었으면 싶습니다. 사실 우리가 누구인가를 좀 더 잘 알기 위해서는 요한이 <너희 가운데에는 너희가 모르는 분이 서 계신다.>(1,26)고 증언한 대로 이미 우리 안에 함께 계시는 예수님께 마음을 모으면서 이미 시작했지만 아직도 먼 길을 힘차게 끝까지 항구하게 걸어가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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