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20.01.12 08:16

주님 세례 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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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오늘 복음(Mt3,13~17)을 묵상하면서 1986년, 제가 처음으로 루르드성지를 순례하던 때가 기억납니다. 금요일 복음, 나환자의 치유이야기는 우리의 세례를 연상시킵니다. 무죄함으로 초대! 서품 받고 몇 년이 지나면서 저는 세례와 서원 그리고 서품 받았을 때 가졌던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린 제 자신을 느끼기 시작했었지요. 그 때 루르드 순례를 하게 되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줄을 서서 제 차례를 기다리다가 기적수에 몸을 담그는 곳과 시간에 이르렀습니다. 네 사람이 저의 팔과 다리를 들어 조심스럽게 기적수에 침수하는 순간, 저는 말할 수 없는 어떤 전율을 느꼈더랍니다. 정말이지 몸도 마음도 순수한 상태, 곧 세례의 첫 순간처럼 무죄함으로 다시 거듭났음을 느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참으로 놀라운 은총의 체험이었습니다. 물론 이를 계기로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주님의 종으로써 살아갈 다짐을 했었습니다.

 

오늘은 예수님께서 요르단 강에서 세례자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심을 기념하는 축일입니다. 주님 세례 축일로 성탄시기가 끝나고, 내일부턴 연중시기가 시작됩니다. 이미 5세기 초부터 그리스도의 탄생과 함께 주님의 세례를 연결해서 기념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두 사건을 긴밀하게 잇는 찬가를 불렀습니다. <우주만물 그분을 소리 높여 부르고 동방박사들 그분을 소리 높여 부르며 별이 그분을 소리 높여 부르노니, 보아라, 이분이 임금님의 아들, 하늘이 열리고 요르단 강에 거품 일고 비둘기 나타난다. 이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노라!> 그런데 왜, 죄도 없으신 예수님께서 무슨 이유로 세례자 요한이 베푸는 회개의 세례를 받으셨을까요? 그래서 많은 신자 분들은 <아무 죄도 없으신 예수께서 왜 죄인이 받는 회개의 세례를 받으셨을까?> 라며 의아한 생각을 합니다. 예수께서 세례를 받으셨다는 것은 <우리 죄 많은 인간 안에 들어오셨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의 세례 사건은 예수께서 우리와 함께, 우리 중에 한 사람이 되어 오셨다는 의미로, 우리와의 아름다운 연대와 일치를 표현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예수께서는 세례를 통해 사람들에게 모범을 보여 주셨습니다. 주님은 자신을 낮추시고 세례를 받으심으로써 더 충만하게 되시고 드높임을 받으셨습니다. 따라서 주님의 세례는 하느님의 신비와 사랑을 잘 드러냅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예수님께서 생활하시던 익숙한 장소 <갈릴래아>를 떠나 <요르단>으로 <요한을 찾아가시는데>, 이 새로운 행보는 <요한에게 세례를 받기>(3,13) 위함입니다. 요한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닌 분으로서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실 예수님께서 요한의 세례를 받으려는 이유는 <모든 의로움을 이루기>(3,15참조) 위함입니다. 마태오복음에서 <의로움>은 하느님의 뜻을 이루는 것을 의미합니다. 요한이 <예수님의 뜻을 받아들여>(3,15) 예수님께 세례를 베풀고,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여, 요한한테서 세례를 받는 것이 예수님께서 이루고자 하시는 <모든 의로움>의 시작이라 하겠습니다. 이렇게 의로움의 시작은 자신의 뜻을 낮추고 아버지의 뜻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면서 준비됩니다.

 

예수님께서는 세례와 더불어 놀라운 체험을 하시는데 그 장면이 마치 희곡적인 요소를 담고 있습니다. 첫 번째 <하늘이 열렸다.>, 둘째로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당신 위로 내려오시는 것을 보셨다.>, 끝으로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라는  말씀을 들으십니다. 비록 짧은 대목이지만 성서의 어느 부분보다도 더 강렬하고 드라마틱한 장면이 다채롭게 묘사되고 있습니다. <하늘이 열렸다.>는 것은 하늘이 닫혀 있음을 전제하며, 닫혀 있다는 것은 하느님과 인간 사이의 통교가 단절되었음을 의미합니다. 하늘은 하느님의 영역으로 그분께서 친히 열어주시지 않는다면 사람은 열 수 없습니다. 이것은 결국 예수님께서 하늘을 열고 오신 분임을 계시합니다. 예수님의 세례와 더불어 열린 하늘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제헌되심으로써 완성됩니다. 성전은 인간이 하느님을 만나는 하느님 현존의 자리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제헌되시는 순간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짐>으로 낡은 성전은 무너지고 예수님 자신이 이제 새로운 성전이 되심으로써 하느님과 사람 사이에 중재자가 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두려움 없이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통교를 이루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의 영이 비둘기처럼 예수님 위에 내려오시는 것>은 예수님이 세상에 내려오시는 하느님 사랑으로 충만한 분이심을 뜻합니다. 또한 세상 창조 때 심연의 물 위를 감도신 성령을 <비둘기> 형상으로 이해한 유다인의 전통에 따라 세례 때 이루어지는 새로운 창조를 나타냅니다. 따라서 예수님의 세례는 단순한 예식이 아니라 하느님의 영으로 도유된 새로운 변화,창조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성령이 내려오는 것을 <보셨다>, <하늘에서 들려 온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이란 소리를 들으셨다.>는 것은 하느님과의 특별한 관계에 대한 체험이자 확신입니다. 특별히 마태오는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에 삼인칭 주어 <이는>을 사용해 객관화시킴으로써 공생활에 앞서 하느님의 사랑으로 충만한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들이심을 공적으로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그러나 하느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는 능력과 권능의 구원자가 아니라 요한의 세례를 통해 죄인들과 연대하심으로 십자가의 희생을 통해 하늘을 열어 오실, <주님의 종>(이42,1)으로 이해됩니다. 이제 그분은 우리의 연약함을 아시어 <부러진 갈대도 꺾지 않고, 꺼져가는 심지도 끄지 않으시는>(이42,3) 분으로 우리 가운데 오시는 하느님의 아들이며 주님의 종으로서의 사명을 시작하실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죄로 단절되었던 하늘은 그분으로 말미암아 열리게 되어 하느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되었습니다. 

 

이로써 세례자 요한한테서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께서 이루셔야 할 <의로움> 이 무엇인지 확연해졌습니다. 또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의 분부에 따라 그분께 겸허하게 세례를 베풀어 <주님의 길을 준비하는 사명>을 완수함으로써 구원사에 새로운 장을 열어놓았습니다. <모든 의로움을 이루어야 합니다.>(3,15)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낮추어 요한한테서 세례를 받으심으로 <의로움>을 시작하셨던 것입니다. 의로움의 시작은 하느님의 뜻을 충실히 따라가며 변화되는 삶입니다. 세례로써 우리는 이미 하느님의 영을 받고 그분의 자녀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는 주님 세례 축일을 지내면서 동시에 우리의 세례성사도 기억해야 합니다. 우리도 세례 때의 마음을 잘 간직하고 있는지 묵상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생활하는 신앙은 세례성사를 통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깨어남을 통해 이루어가는 것입니다. 세례성사의 은총을 받고 하느님의 자녀가 된 내가 머무는 자리, 처한 상황에서 이루어야 할 의로움은 무엇인지 성찰해 봅니다. <이는 내가 사랑하는 아들, 내 마음에 드는 아들이다.>(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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