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2020.01.19 08:48

연중 제2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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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늘 나눔은 먼저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고 시작하렵니다. 어느 날 한 노인이 강을 건너려고 서 있었습니다. 날씨는 추웠고 강에는 다리가 없었기 때문에 노인은 무엇인가를 타고 그 강을 건너야만 했습니다. 노인이 오랫동안 강가에 서서 기다리는데, 마침 말을 탄 사람들이 줄지어 지나갔습니다. 네 번째가 지나가고 다섯 번째 말을 탄 사람이 지나가고 있을 때였습니다. 노인은 여섯 번째 말을 탄 사람에게로 다가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사님, 나를 저쪽까지 좀 태워다 주실 수 있겠소?> 그러자 그 사람은 선뜻 말했습니다. <예, 타시지요.> 강을 건넌 후 노인이 말에서 내리자 기사가 물었습니다. <노인장께서는 왜 저에게 말을 태워 달라고 하셨습니까?> 노인이 대답했습니다. <앞선 사람들이 타고 있는 말은 크고 건장하여 안심할 수 있었지만, 말 주인의 눈을 보았을 때 그들에게는 사랑이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타고 있는 말은 보잘 것 없어 보였으나, 당신의 눈을 보고는 금방 사랑과 동정심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당신이라면 틀림없이 나를 건너편까지 태워다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요.>

 

이 이야기는 우리가 영원한 생명의 나라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안전하게 건널 수 있도록 인도해 줄 수 있는 참된 인도자가 누구인지 알아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이런 열린 눈을 갖기 위해서는 단순히 보이는 것을 바라보고 믿는 육적인 눈이 아니라, 그 이면의 것을 볼 수 있는 눈, 즉 영적인 혜안을 갖추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영적인 혜안을 가지고 있을 때, 우리는 우리를 구원해 주실 구원자를 잘 알아볼 수 있을 것이며, 그를 따를 때 안전하게 하느님 나라에 도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 복음(Jn1,29~34)에서 세례자 요한은 예수님께서 자기에게 오시는 것을 보고, <보라,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시다. 나도 저분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그분께서 나에게 일러 주셨다.>고 고백하며, 예수님께서 하느님의 아드님이심을 증언하고 그 분을 따르도록 우리에게 길을 열어 줍니다. 그런데 세례자 요한은 자신은 그분이 누구신지 몰랐었다고 두 번이나 이야기합니다.(1,31.33) 사실 아예 몰랐던 분이 아니고 친척이었고 잘 알던 분이었습니다. 다만 그분이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줄은 꿈에도 몰랐었다는 것입니다. 요한의 증언을 통해 저는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그분은 우리가 잘 아는 그런 모습으로 알아 뵈올 수 없다는 것. 우리가 상상하는 그런 모습으로 오시지 않는다는 것.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분은 내가 아는 사람, 우리 가운데 있는 사람들 중에서 당신의 모습을 보여주신다는 것. 겉으로 보기에는 우리와 하등 다를 바 없는 모습을 통해 당신을 드러내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세례자 요한은 처음부터 그러한 혜안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물로 세례를 주라고 나를 보내신 하느님께서 자신에게 일러 주셨다.>(1,33)라고 겸손하게 고백합니다. 물론 세례자 요한이 마침내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예수님을 알아 볼 수 있게 된 것은 그가 그 이전 광야에서 처절하게 고행을 하면서 하느님 말씀에 귀를 기울였기 때문에 하느님의 말씀을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느님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린 귀가 있었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삶 안에 놓여있는 여러 가지 고통을 광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며, 가난하고 빈 마음으로 주님의 말씀에 의지하며 살아갈 때, 그 안에서 <하느님의 어린양>을 이심을 알려주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듣게 되고 예수님을 알아 볼 수 있는 은혜를 받을 것입니다.

 

바오로 사도도 처음에는 예수님이 누구신지 몰랐기에 예수를 믿는 사람들을 박해했지만 예수님을 알고 나서는 예수님을 증거하는 사람으로 탈바꿈하였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예수님을 알기 전에는 로마 시민임을 자랑으로 여겼고 엄격한 바리사이임을 명예롭게 알고 율법을 충실하게 지키며 살았지만 예수님을 알고 나서부터는 세속과 물질이 그리고 율법에 충실한 것에 대한 자부심이 한낱 보잘 것 없는 쓰레기에 불과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순교자들도 처음에는 주님을 몰랐지만 주님을 알고 난 후에는 이 세상 어떤 것보다 주님을 소중히 여겼습니다. 그들은 자식이나 생명보다도 주님을 더 중요하게 여겼고 마침내 목숨까지 바쳐 순교했던 것입니다. 이토록 하느님에 관해서 앎이 아니라 예수님을 하느님으로 알고 살아가기 위해서 하느님께서 지혜를 우리에게 주셔야 만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남기신 말씀과 사랑의 표지인 성체를 보고 맛들임을 통해서 예수님의 심령을 닮고 예수님처럼 세상의 또 다른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우리에게 마련해 두셨습니다. 

 

2: 요한뿐만 아니라 우리 역시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이라 호칭하고 살고 있습니다. 성찬 전례가 시작되고 평화 예식이 끝나면 신자들은 사제가 축성된 빵을 나누는 동안 다음과 같이 기도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주님, 평화를 주소서.> 하느님의 어린양께 우리의 죄를 용서해 주시고 평화를 달라고 기도하지요. 또 성체를 영하기 직전에 사제는 미사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을 만큼 성체를 높이 들어 외칩니다. <하느님의 어린양,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분이시니, 이 성찬에 초대받은 이는 복되도다.>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으로 장엄하게 선포합니다. 그렇다면 세례자 요한과 우리는 왜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칭할까요? 이 <어린양>의 사명은 바로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29) 것입니다. 여기서 <없애다.>는 말은 <자기의 어깨로 나르다, 짊어지다. 제거하다, 없애다.>의 의미가 있습니다. 아마 요한복음사가는 이 의미를 그리스도께서 다 이루셨다고 본 것입니다. 즉 우리의 죄를 <당신 어깨 위에 짊어지시어> 그 죄를 <없애주심으로써>, <구원의 시간, 때>를 이루었으며 이제 당신 제자들에게 어떻게 이 <구원>을 누리며 살아가야 할지를 가르쳐 주셨던 것입니다. 또 이 내용은 <야훼의 종>에 관한 내용과도 일치합니다. 이사야는 <그는 많은 사람의 죄를 짊어지고 그 죄인들을 용서해 달라고 기도하였다.>(53,12)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양과 같으신> 그분과 같습니다. 그분은 다른 사람들을 위해 당신 자신을 거저 내어주시고 당신의 겸손과 순명과 희생을 통해 <종>의 사명인 구원의 사명을 이루시는 분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십자가의 피로써 성취된 구원을 삶의 모든 순간마다 당신을 믿고 따른 우리 모두가 충만하게 누리며 살도록 이끌어 주고 계십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성령을 선물로 주실 뿐 아니라, 우리를 당신 안에 <잠기게 하신다.>는 성령의 세례를 베풀어주십니다. 이 성령은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당신 교회에 베풀어주시는 항구한 선물입니다. 그러므로 이 구원의 선물들, 특히 <세상의 죄>를 태워버릴 성령의 선물이 우리에게 넘쳐흐르기 위해서는 <어린양>이 반드시 죽임을 당하셔야 했습니다. 그러기에 요한복음사가는 십자가 사건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이미 숨지신 것을 보고 다리를 부러뜨리는 대신, 군사 하나가 창으로 그 옆구리를 찔렀다. 그러자 곧 피와 물이 흘러나왔다.>(19,33~35) 이것은 과월절의 어린양을 상기시키고 있습니다. 즉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희생되시어 모든 사람을 항구한 당신 성령의 선물로써 죄의 종살이에서 끊임없이 해방시켜주시는 <하느님의 어린양> 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수님을 <하느님의 어린양>이라고 소리 높여 부르게 된 것입니다. 어리석게  보일 정도로 십자가의 길을 걸으신 예수님의 삶과 죽음이 실패처럼 보였지만 결국 승리했음을, 십자가와 부활 사건이 우리에게 그 신비를 가르쳐 주었습니다. 바로 우리가 가야할 길 또한 자신을 희생하면서 타인을 살리는 어리석은 십자가의 삶을 살 때 비로소 하느님을 하느님으로 알아 뫼시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주님, 제 안에 주님을 모시기에 합당치 않사오나, 한 말씀만 하소서. 제가 곧 나으리이다.> 신자들은 자신이 지은 모든 죄를 용서해주시기를 청하고 평화를 빌면서 성체를 받아 모십니다. 성체를 모시는 것은 이제는 내가 예수님처럼 세상의 죄를 없애고, 평화를 주는 어린양으로서 살겠다는 결심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죄를 없애시는 하느님의 어린양>이신 주님은 우리의 삶 한 가운데 우리를 위해 친히 제물이 되어 오신 야훼이레(창22,14)이십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주님은 저희에게 당신 희생에 대한 조건과 단서를 요구하지 않으십니다. 오늘도 십자가 위에 두 팔을 드리운 체 묵묵히 우리를 바라보시는 당신 앞에 사랑이란 이름으로 강요하고 강박했던 욕망이란 이름의 집착을 내려놓습니다. 주님께서 저를 위해 기꺼이 희생양이 되셨지만 우리는 아직도 누군가를 위해 선뜻 우리 자신을 희생양으로 내어놓지 못했음을 고백합니다. 희생은 겸손 없이는 이룰 수 없음에도 교만이 자기의 존재를 보증하는 줄 알았던 무지를, 당신의 중재로 얻게 된 영원한 생명을 마치 제가 쌓은 공덕으로 얻은 것인 양 거들먹거린 우리의 약함과 부족함을 다시금 어린양이신 당신 앞에 내려놓습니다. 그리고 이젠 이렇게 고백합니다. <과연 나는 보았다. 그래서 저분이 하느님의 아드님이라고 내가 증언하였다.>(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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