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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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이란 어떤 존재여야 할까? 요즘 표현으로 수도자 혹 사제의 시그니처란 무엇일까? 이미 세상을 떠났지만 제가 잘 아시던 분은 언제나 제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신부님은 아직도 주님을 사랑하십니까?> 그분은 신앙생활을 하면서 특별히 사제나 수도자에게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사랑이 우선이어야 한다고 믿으셨기에 늘 그런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은퇴하신 선배 신부님들이 자신의 사제생활을 되돌아보면서 사랑의 실천이 가장 사제다운 삶이었다고 고백하는 것을 들었으며, 저 역시도 선배 신부님들의 말씀에 동의하고 동감합니다. 저도 사제로 살아오면서 결국 남는 것은 어떤 업적이 아니라, 사제적 삶의 본질인 사랑의 실천 여부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살아오지 못했지만, 남은 시간 동안 그렇게 살면서 제 삶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오늘 마르코 복음은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입성하시어 사두가이들과 논쟁을 벌이신 다음에 일어난 일입니다. 그 논쟁을 지켜보던 율법 학자 한 사람이 <모든 계명 가운데에서 첫째가는 계명은 무엇입니까?>(Mr12,28) 하고 묻자, 예수님은 <’너희는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 너희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 둘째는 이것이다. ’네 이웃을 너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이보다 더 큰 계명은 없다.>(12,30~31)고 말씀하십니다. 이 말씀은 신명기 말씀의 완성으로 보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성서의 가장 중요한 쉐마Shema 곧 들어야 하는 소리는 사랑의 이중 계명이라고 강조하신 것입니다. 이 계명은 이집트 탈출 사건 이래로 유다인이라면 누구나 다 어릴 때부터 귀에 못 박히도록 들어 왔던 가장 크고 중요한 계명이었습니다. 사실 모세는 이집트의 노예 상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길로 접어든 백성들에게 지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하느님의 계명을 마음속에 새기고 명심하여 실천하도록 당부하셨지요. 어쩌면 이는 단지 이스라엘 백성만이 아닌 우리 역시 듣고 실천해야 하는 쉐마일지도 모릅니다. 늘 상 과거의 잘못과 실수를 반복하는 우리가 예전과 다른 새로운 길을,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마음에 새겨 실천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하느님을 사랑하면 그 사랑이 자연히 이웃과의 관계로 흘러넘치게 마련이고, 또한 이웃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면서 이웃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면, 정말 하느님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그래서 <누가 나는 하느님을 사랑한다하면서 자기 형제를 미워하면, 그는 거짓말쟁이입니다. 눈에 보이는 자기 형제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 하느님을 사랑할 수는 없습니다.>(1요4,20)라고 사도 요한은 말씀합니다. 그런데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태진아는 <사랑은 아무나 하나 어느 누가 쉽다고 했나>라고 노래했지요. 아무나 할 것 같지만 참된 사랑은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다고 봅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 도움이 되고 필요가 있는 사람은 사랑하기 쉬워도 내가 싫어하는 사람, 나에게 잘못한 사람, 나를 필요한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마음보다는 미워하는 마음을 갖기가 쉽습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에게 이익이 되지 않거나 귀찮은 부분까지 감싸주고 사랑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랑과 미움은 마치 화초와 잡초와 같다고 어느 분은 말하더군요. 그렇습니다. 미움은 잡초와 같습니다. 잡초는 내버려 두어도 무성하게 자라면서 화초들을 메마르게 합니다. 반면 사랑은 화단의 꽃과 같습니다. 정성을 다해 돌보고 가꾸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잡초에 쌓여 메마르기 쉽습니다. 그래서 화단을 가꾸는 사람이 잡초를 뽑아내고 화초를 정성 들여 키우듯이 사랑도 두 가지 노력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합니다. 마음속의 사랑을 키워가는 노력과 마음속의 미움을 조금씩 없애는 노력입니다. 그러면 사랑이 자랍니다. 사랑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랑에 있어서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실천입니다. 당시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말로만 하느님의 계명을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하느님보다는 조상들의 전통을 앞세우면서 사람들을 율법의 좁은 테두리 속에 얽어 놓았습니다. 그에 반해 예수님께서는 마음으로부터 아버지의 뜻을 받들면서 몸으로 아버지가 사랑하시던 사람들에게 ‘하느님 사랑과 이웃사랑’을 몸으로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슬기롭게 대답하는 그에게, 너는 하느님의 나라에 멀리 있지 않다.>(12,34)라고 말씀하시지, <하느님 나라에 있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습니다. 이는 ‘단순히 안다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을 몸으로 실천하는 것’과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큰 간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의 나라는 말로가 아니라, 알고 있는 지식으로가 아니라, 몸으로 실천할 때 들어갈 수가 있습니다. 그러기에 그리스도인의 삶은, 온 존재로 들어 알고 있는 사랑의 계명을 실행하고 실천함에 있습니다. 뒤늦게나마 저는 마음과 목숨과 정신과 힘을 다하여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 가장 큰 계명이라면 그분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죄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신학교에서도 수도원에서도 이런 죄를 말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잘 아셨던 분이 늘 상 동일한 질문 제게 던진 까닭은 바로 거기에 있었다고 봅니다.

일상을 살면서 우리가 하느님 나라에서 멀리 있지 않은 삶이 아니라 하느님 나라 안에 살아가는 삶을 살기 원한다면, 그 해답은 하느님을 기쁘시게 하는 데 있다고 봅니다. 이런 질문에 ‘네’라고 응답할 수 있는 상태는 딱 하나면 됩니다. <나는 오늘 사랑하며 살았나?> 매일 하루를 마치고 되돌아볼 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을 했느냐가 아니라 그 일을 어떻게 했느냐입니다. 적은 사랑으로 많은 일을 하는 것보다 많은 사랑으로 적은 일을 하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더욱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죽기 전에 꼭 풀어야 할 숙제가 있다면, 그것은 나 아닌 누군가를 나 전부를 바쳐 진정으로 사랑해보는 체험입니다. 그래야 인간으로 태어난 보람이 있는 것이 아닐까요? 후회하지 않고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 우리 모두 매일 매일 하느님 안에서 숨 쉬고 사랑하는 삶을 선택하며 살아갑시다. <저의 힘이신 주님, 당신을 사랑하나이다.>(화답송 후렴; 시18,2) 주님 저희에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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