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묵상

김준수 아오스딩 신부님의 묵상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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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전례력으로 <나해>가 끝나는 마지막 주일로, 그리스도왕 대축일입니다. 그리스도왕 대축일 강론을 준비하면서 예전에 상연된 영화, <나는 왕이로소이다.>라는 영화 제목이 생각났습니다. 보지 못했기에 새삼스럽게 어떤 영화인가 찾아봤더니,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칭송받고 계신 성군 세종대왕 곧 충녕대군이 세자 책봉을 받고 세자 즉위식에 오르기까지 석 달간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따라가고 있더군요. 어느 날 태종은 난데없이 양녕을 폐위하고 충녕을 세자로 앉히겠다고 폭탄선언을 하고, 왕 되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충녕은 결국 궁궐 담을 넘고야 맙니다. 하지만 궁궐 밖 세상엔 궁보다 더한 고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루 아침에 세자에서 노비로 신분이 급락해 온갖 고초를 겪고, 백성들의 고달픈 현실을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충녕은 점점 성군의 기질을 갖춰가고 또한 자신이 왕으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배워가게 된다는 내용이더군요. 

그리스도 왕! 굳이 왜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왕으로 호칭하고 섬길까요! 우리는 먼저 왕이라는 단어를 제대로 이해해야 합니다. 일본과 영국을 비롯한 몇몇 나라에 왕이 아직 존재하고 있고,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그리스도라 불리는 왕이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는 잘못 이해하는 것입니다. 오늘날 세상의 왕은 인류 역사에서 자취를 감춰가고 있는 구시대의 유물입니다. 그리스도 왕 축일은 사라져가는 그런 왕으로 그리스도를 기억하자는 뜻이 아닙니다. 아울러 요즘 세상에는 왕을 호칭하는 표현들이 참 많습니다. 퀴즈왕, 요리왕, 미소왕, 개그왕, 댄스왕, 홈런왕, 봉사왕 등등, 우리 주변에서 일정한 분야나 범위 내에서 으뜸이 된 이들을 부르는 표현들입니다. 아무튼 각자가 왕으로 불린 호칭대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풍요롭게 살아간다면 자신이나 다른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신학생 때 가장 많이 부르는 생활 성가는 하한주 신부님이 쓰신 <임쓰신 가시관>이란 노래입니다. 예전에 저희 수도원에서도 자주 이 노래를 불렀습니다. <임은 전 생애가 마냥 슬펐기에 임쓰신 가시관을 나도 쓰고 살으리라. 이 뒷날 임이 보시고 날 닮았다 하소서. 이 뒷날 나를 보시고 임 닮았다 하소서. 이 세상 다 할 때까지 당신만 따르리라.> 사제직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왕이신 그리스도의 전 생애가 가시관을 쓰고 사신 삶이었고, 그분께서 사셨던 가시관과 십자가를 따르며 살겠다고 결심한다는 의미에서 이 노래는 참으로 의미로운 성가입니다. 

이처럼 우리가 따르고자 하는 왕이신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전 생애를 하느님 나라의 백성인 우리를 섬김으로 돌보고 보살피며 사시다가 십자가 위에서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 봉헌하심으로 당신의 삶을 마치셨습니다. 그러기에 우리는 주님을 우리의 진정한 왕으로서 받들어 섬기는 것입니다. 그분은 세상의 어느 왕도 가질 수 없는 힘을 지니신 분이셨지만 결코 그 힘을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당신 스스로 <사실 사람의 아들은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르10.45)고 말씀하신 대로 사시다가 돌아가신 분이십니다. 그런 삶을 사셨기에 예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시고 가르치셨습니다. <너희도 알다시피 다른 민족들의 통치자라는 자들은 백성 위에 군림하고, 고관들은 백성에게 세도를 부린다. 그러나 너희는 그래서는 안 된다. 너희 가운데에서 높은 사람이 되려는 이는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마르10,42-43) 그러면서 당신 자신의 존재와 삶에 대하여 이렇게 분명히 말씀하셨습니다. <사람의 아들도 섬김을 받으러 온 것이 아니라 섬기러 왔고, 또 많은 이들의 몸값으로 자기 목숨을 바치러 왔다.>(마태20,28)

그래서 우리는 그리스도 예수님을 세상 끝날까지 우리의 왕으로 모시게 된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 보면 빌라도 앞에 서신 예수님께서는 <내 나라는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다.>(요18,36)고 당당하게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왕국은 <이 세상에 있지 않다.>라고 말씀하신 대로, 주님의 나라를 세상의 개념으로 인식할 때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우리의 왕이신 예수님께서는 여느 왕들과는 달리 금관을 쓰고 통치자로 이 세상에 오신 분이 아니셨습니다. 그분께서는 가장 가난한 자로서 억압받고 폭력에 시달리는 식민지 백성으로 세상에 오셨습니다. 얼굴 여위고 메마른 손길과 휑한 두 눈을 가진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오로지 눈물 흘리며 탄식하는 백성들과 함께하고자 오신 것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통치자들의 손에 처절한 죽임을 당하신 분이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우리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의 아픔을, 우리의 고통을 잘 아시는 분이셨습니다. 누구보다도 우리를 대신하여 아픔을 짊어지셨고, 우리의 상처를 잘 치유해주셨던 분이셨습니다. 이처럼 주님은 진정한 희생과 봉사와 사랑의 왕이신 것입니다.

그러기에 오늘 다니엘 예언자는 장차 오시게 될 그리스도 왕께서 통치하실 영광의 나라에 대하여 이렇게 예언하였던 것입니다. <그에게 통치권과 영광과 나라가 주어져, 모든 민족들과 나라들, 언어가 다른 모든 사람들이 그를 섬기게 되었다. 그의 통치는 영원한 통치로서 사라지지 않고,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않는다.>(7,14) 하느님 나라는 사랑 위에 세워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모퉁이의 머릿돌>(마태 21, 42)이 되셨습니다. 이 기초위에 하느님 나라가 세워졌습니다. 우리는 하느님의 주권 아래 있고 하느님의 통치를 받고 있는데, 그 통치법은 사랑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 사랑이 무엇인지를 스스로 십자가에서 드러내셨습니다. 우리가 지켜야 할 법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13, 34)는 사랑의 계명입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하느님 백성으로서 사랑의 법을 어떻게 지키고 살아야 하는지를 보여주셨습니다. 우리의 모든 삶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예수 그리스도처럼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하느님 나라 백성으로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입니다. 

또한 하느님 나라는 진리 위에 세워졌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진리이시고 진리를 위해 목숨을 바치신 왕이십니다. <진리에 속한 사람은 누구나 내 목소리를 듣는다.>(요18, 37)라고 하셨습니다. 빌라도는 진리이신 예수님을 영접하고 왕으로 모시지 않았기에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도록 판결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나중에 세상을 심판하시는 만왕의 왕으로 다시 오실 것입니다.(묵19, 11~16) 우리는 하느님 나라가 임하시기를 기다리면서 진리의 말씀을 듣고 실천하는 주님의 백성으로 살아야 합니다. 우리는 그리스도께 속한 사람이며, 하느님 나라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우리는 사랑이신 그리스도와 진리이신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신 그리스도를 믿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주님은 왕 중의 왕으로서 우리의 참 왕이십니다. 

교회는 전례력으로 한해의 마지막 주간을 지내며 시작이요 마침이신 그리스도를 왕으로 고백하며 한 해의 여정을 마무리합니다. 또한 인생의 최종 목표인 하느님 나라의 완성을 향하여, 그리스도를 왕으로 모셔야만 하는 인생의 자세를 재확인하는 것입니다. 아울러 마지막 주간을 성서 주간으로 결정한 것은 왕이신 그분을 알기 위해서 성서를 알아야 합니다. <성서를 모르는 것은 곧 그리스도를 모르는 것이다.>는 예로니모 성인의 말처럼 왕이신 그리스도를 섬기며 따라가기 위해서 성서를 읽고 이해하고 살아야 합니다. 당신 말씀이 저의 발에 등불이 되어주십시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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