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

by 후박나무 posted Jul 17,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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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은 자신의 저서 <문장강화(講話)>에서 주장한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에 따라 소설을 썼다. 사실 최초의 일물일어론자는 플로베르다. <보바리부인>은 여기에 입각해 쓰인 리얼리즘 소설이다. 하나의 사물과 개념을 가리키는데는 오직 하나의 명사, 움직임에는 하나의 동사, 그것을 형용하는 데에는 오직 하나의 형용사가 있을 뿐이므로, 작가는 이 하나밖에 없는 적확한 말을 찾아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비단 작가만이 아니라 청중들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사람이라면 적확한 말로 간결하게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바를 전달하는데 관심이 없을 수 없다. 그러기에 구약성서의 예언자들도 새벽부터 기도하며, 귀를 기울여 적확한 말과 표현을 얻기에 힘썼다.

 

이사야 49:2 내 입을 칼처럼 날 세우셨고 당신의 손 그늘에 나를 숨겨주셨다. 날카로운 화살처럼 나를 벼리시어 당신의 화살 통에 꽂아두시고

이사야 50:4 주 야훼께서 나에게 말솜씨를 익혀주시며 고달픈 자를 격려할 줄 알게 다정한 말을 가르쳐주신다. 아침마다 내 귀를 일깨워주시어 배우는 마음으로 듣게 하신다.

 

이렇게 예언자들이 하느님으로부터 들은 말씀을 다른 나라말로 번역할 때도 같은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 또 세대에 따라서 저마다 적합한 번역으로 여겨 선호하는 번역본이 다르다. 특히 오늘 독서에서는 성경과 공동번역성서의 적확성이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둘만 예로 들어보자. 성경이 앞서고 이어 공동번역이다

 

7:7 주 하느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런 일은 이루어지지 않으리라. 그렇게 되지 않으리라.

 

7:7 주 야훼가 말한다. “그것은 그렇게 될 수도, 그럴 수도 없는 일,”

 

7:9b “너희가 믿지 않으면 정녕 서 있지 못하리라.′’

 

7:9b “너희가 굳게 믿지 아니하면 결코 굳건히 서지 못하리라”

 

공동번역본에 익숙한 지난 세대라 그런지, 나로서는 새번역 성경보다 전자의 말씀이 힘도 있고 리듬이 있어 기억하기가 쉽다. 그러고 보니 영락없이 철 지난 세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