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장터목

by 후박나무 posted Aug 29,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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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자요한이 헤로디아의 간계와 헤롯의 체면을 위해 생명을 잃는다. 아니 그렇게 말하면 세자요한의 삶이 너무 빈한해진다. 자기 소신껏 살다 그 소신으로 인해 목숨을 잃었다.

 

https://youtu.be/YTHzg0GPGG0

 

1985년 개천절 연휴에 나는 혼자 지리산 종주를 하고 있었다. 구례 화엄사로 해서 노고단에 올라 일박을 하고 뱀사골, 연하천, 세석을 거쳐 장터목에 일찌감치 텐트를 치고 일몰의 장관을 기다리고 있었지. 해가지면 영하 3도까지 내려가던 쌀쌀한 날씨에 저 멀리 노고단으로 지는 해는 내가 앉아있는 바위 주변의 구름들을 연분홍에서 시작하여 점차 진하게 물들이더니 이내 스러지며 어두움이 찾아들었다. 한평생 잊지 못할 체험들은 대개 그 때, 그 순간 안다. 그 때 알았다. 다신 이와 같이 장엄한 일몰은 못 보리라고! 타볼 산에서의 예수의 변용처럼, 세자요한에게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 것이다.

 

성석제씨가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후기에 적었듯이!

 

“나는 안다. 내 생애의 무수한 돌중에 몇 개는 황홀하게 빛나는 것임을. 또 안다. 모든 순간이 번쩍거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겠다. 인생의 황홀한 어느 한 순간은 인생을 여는 열쇠구멍 같은 것이지만 인생 그 자체는 아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