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빠루시아

by 후박나무 posted Aug 3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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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우리나라를 관통하며 커다란 피해를 입히리라 예상되어 긴장하고 숨죽이며 주의를 기울이던 태풍 솔릭은 싱겁게 지나가고, 오히려 그 후에 찾아온 게릴라성 호우가 국지적으로 예상치 못한 많은 피해를 입혔다.

 

오늘이 8월의 마지막 날, 그렇게 여름이 간다. 우이령 길은 길 위로 여러 갈래의 물길이 생겨 깊이 패였다. 매미는 여름동안 실컷 울어 텅 비어 버렸겠지만, 달력을 넘기는 우리 마음 한곳이 공허한 것은 무엇 때문일까!

 

너무 울어

텅 비어 버렸는가

이 매미 허물은

 

여름의 끝 / 바쇼

 

마태오 복음에만 수록된 열 처녀의 비유에서 주목할 만 한 포인트는 평범한 일상과 비극적인 결말이 놀랍게도 하나로 짜여 있다는 것이다. 이 비유의 요점은 깨어있음이라기 보다는 선견지명(先見之明) 이라 할 수 있다. 모든 처녀가 잠이 들었는데 그중 다섯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신랑이 친구들과 함께 신부를 데리러 그녀의 집으로 오는 시간은 확실치 않다. 유대교의 결혼예식에서 신랑이 신부를 그녀의 아버지 집에서 데리고 나와 신랑의 아버지 집으로 데려가는 행렬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결혼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신랑과 신부가 하객들과 함께 혼인잔치를 시작하면 집의 문은 닫히고 잔치가 끝날 때까지 열리지 않는다. 잔치에 늦게 온 하객들에겐 입장이 허락되지 않는다.

 

이 비유는 예수님의 재림인 빠루시아가 일어나는 시기의 불확실성을 다시 상기시키며, 시대의 징표를 해석하며 그 때를 짐작하지 말고 꾸준히 깨어있으라는 권고다. 마태 9:15와 22:1-14, 요한 3:29 에서도 메시아 시대를 혼인잔치로 표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