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위령의 날

by 후박나무 posted Nov 0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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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모든 이를 기억하는 위령의 날이다. 고난회 우이동 공동체는 오늘 교우들과 함께 명상의 집에서 위령미사를 시작으로 9일기도 Novena를 바치고 10일 다시 위령미사로 끝난다. 위령미사의 시작은 11시지만 9시부터 교우들이 몰려들어 함께 묵주기도를 드리고 미사를 봉헌했다. 지금은 연도를 바치고 있다.

 

만추(晩秋) 의 북한산과 도봉산의 산색(山色) 도 절정을 지나 이제 내리막길이다. 주변에 보이는 모든 것이 사라져 버리는 것 같은 쓸쓸한 때이다. ‘나뭇잎 떨어져 바람인가 했더니 세월이더라!’ 세월의 추이를 노래한 이 하이쿠도 삶의 애잔함 그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11월, 위령성월을 “모든 것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 달” 이라 명명한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혜안(慧眼)이 놀랍다.

 

나는 신학생 한 명과 함께 아침 7시에 첫 번째 연미사를 드리다.  돌아가신 부모님과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의 부모님, 지인 등 먼저 가신 분들을 한 분, 한 분 기억하니 그 수가 상당하다. 나이가 들면서 변한 게 있다면 어두운 기억을 준분들이 점차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해마다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다보면 나중에는 그 수가 역전되어 이승보다 저승에 아는 분이 더 많아져 자연히 그곳으로 가고 싶게도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