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낙화(落花)

by 후박나무 posted Nov 22,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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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아침기온이 영하 2도로 떨어졌다가 다시 예년기온을 회복했었는데, 올겨울 들어 오늘 수은주가 제일 내겨간 듯. 위령성월을 시작하며 이런저런 이유로 산행을 못하다, 위경련까지 겪고 응급실과 병원을 왕래하는 바람에 우이령길이 더 소원해졌었다.

 

모자와 장갑을 챙겨 전경대 앞을 지나는데 평소 같으면 묶여있어야 할 할아범, 아범, 손주 3대의 하얀 진돗개 3마리가 어슬렁어슬렁 다가온다. 오늘은 자유라는 보너스를 받은 듯. 녀석들과 같이 우이 령에 다녀오다. 묶여있는 것을 볼 때마다 언짢았는데, 저렇게 저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다니며 개다운 짓을 하는 것을 보니 내가 더 자유롭다.

 

대부분의 단풍나무는 잎을 다 쏟아내고 앙상한 가지만 남았는데, 그 중 몇몇은 말라버린 잎새를 아직도 달고 있다. 땅바닥에 떨어진 낙엽들도 색이 다 바랬다. 여직 떨어지지 않은 나뭇잎들은 한겨울의 삭풍으로 혹은 내년 봄 새 순이 나올 때까지도 붙어있을 것이다.

 

진정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떠나야할 때를 안다는 것을 포함하여 지금 무엇을 해야 할 때인지를 아는 사람은 아름다울 뿐 아니라 지혜롭다. 그런 이들은 구원의 때를 놓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