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황석영의 '손님'

by 후박나무 posted Jun 25,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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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적인 전쟁이 발발했던 날이다. 가톨릭교회는 오늘을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했다. 새도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데, 전후 수십 년간 우리는 6.25 동란(動亂)을 반공(反共)이라는 외눈으로, 또 친일파나 친미파의 눈으로만 보도록 강요되었다. 그러던 것이 황석영의 “손님” 이나 조정래 씨의 “태백산맥” 이란 소설 등이 계기가 되면서 다원적(多元的)인 접근이 가능하게 되었다.

 

오늘을 민족의 화해(和解)와 일치(一致)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한 가톨릭교회보다 훨씬 먼저 황석영 씨는 그의 작품 ‘손님’을 통하여 화해와 일치를 시도한다. 작가는 진도 씻김굿의 형태를 빌어 망자(亡者)와 산자가 어떻게 화해와 일치를 이룰 수 있는가를 구체적으로 형상화(形象化)한다.

 

작가는 역사(歷史) 혹은 전쟁(戰爭)이라는 거대한 수레바퀴에 깔려 예기치 못하게 자신의 삶을 완결치 못하고 이승을 떠난 원혼(冤魂)들을 한 사람씩 불러내어, 그들의 못 다한 이야기를 마저 하게한다. 한편 생각해보면 세상을 떠나는 인간 중에 자신의 삶을 완결(完結) 짓고 미련 없이 떠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어느 묘비명이 잘 보여주잖은가! “우물쭈물하더니 내 이럴 줄 알았지!”

 

그 원혼이 가해자였든 피해자였든 어느 누구나 자신만의 입장에서 할 이야기는 있는 법이다. 망자는 그가 피해자든 가해자든 못다 한 말을 다 풀어내고 산자는 그를 들어줌으로서 화해와 일치의 싹이 움튼다. 이것은 비단 망자와 산자 사이에만 적용되는 매카니즘은 물론 아니다. 의견이 다른 사람끼리 저마다의 입장에서 자신의 말을 하고 경청하는 과정도 화해와 일치를 도모한다. 그러기에 교회는 오늘을 화해와 일치를 위한 기도의 날로 정했다. 기도란 무엇보다 먼저 듣는 일이지 않는가. 그렇게 마음에 쌓인 바를 털어내고서야 둘이나 세 사람이 모일 때 한 마음으로 바라는 것이 생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