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상흔(傷痕)

by 후박나무 posted Jul 03,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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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올 듯 올 듯 하면서 마른장마가 계속된다. 캘리포니아 쪽의 건조한 사막기후가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들에게 좋다더니 실감이 간다.

 

과거에 깊은 상처(傷處)라도 입었던 사람이라면 아물었다 해도 상흔(傷痕)이 남을뿐더러 이렇게 궂은날에는 다시 쑤시기 마련이다. 마음의 깊은 상처도 다르지 않다.

 

상처가 깊을수록 우리는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게 깊이 숨기고 그렇지 않은 양 살아간다. 상처를 함부로 드러내는 것은 위험한 일임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일 게다.

 

예수는 자신의 옆구리와 손에 난 깊은 상처를 인정할 뿐 아니라 토마에게 손을 넣어보라고까지 한다. 자신의 가장 취약한 곳을 있는 그대로 드러낼 뿐 아니라, 급소를 상대방에게 온전히 맡기는 더할 나위없는 신뢰를 보여준다. 누구라도 이런 대접을 받으면 토마처럼 감격할 것이다. 이 에피소드는 평소 예수가 제자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유추(類推)할 수 있게 한다.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란 노래의 가사 중 “누구나 사는 동안에 한번 잊지 못할 사람을 만나고 잊지 못할 이별(離別)도 하지” 가 있다. 제자들에게 예수는 바로 그런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