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지금의 행색(行色)

by 후박나무 posted Jul 04,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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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흥미 있게 읽었던 Children Act 가 영화화 되었다. 가정법원의 여판사인 피오나 는 직접 당사자인 애덤을 만나고자 그가 입원한 병원을 찾는다. 이안 메큐언의 전작품인 어톤먼트의 후광 때문인지, 아니면 피오나와 애덤이 만나는 장면에 인용된 예이츠의 시 때문인지 기억에 오래 남는다.

 

아브라함과 이사악의 이야기와 중풍병자의 에피소드는 새삼 자신이 필부(匹夫)에 지나지 않음을 자각하게 한다. 어쩔 수 없이 삶에 집착하고 병고로부터 자유롭기를 바라는 평범한 소시민인 우리에게 예이츠의 시는 거리를 주어 어느 정도 여백을 갖게 한다. 산에서 나와야 산이 보이는 법이니까!

 

이런 구절이 여운(餘韻)을 남긴다.

 

She bid me take love easy,

as the leaves grow on the tree;

She bid me take life easy,

as the grass grows on the weirs;

But I was young and foolish,

and now am full of tears.

 

나무에 나뭇잎이 돋아나 자라듯 사랑이 싹트게 하고

강둑에 풀이 자라듯 자연스레 삶을 받아들이라 권하였건만;

당시 나는 젊었고 어리 섞었기에 지금 눈물짓노라.

 

지금의 행색(行色)을 돌아보니 젊은 날과 그리 다름없음에 한 숨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