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 사색

달맞이 꽃!

by 후박나무 posted Aug 20,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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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잊지 않고 휴대폰을 주머니에 넣어 가지고 갔다. 몇 일 전 부터 노오랗게 피어난 달맞이꽃을 찍는다 하면서 번번이 빈손으로 갔다. 재작년인가 대구 포교 베네딕도 수녀원 본원에서 연례피정을 하면서, 심심산천이 아닌 공사장 경계에 피어난 이 꽃을 보며 생각을 다시하게 되었다. 누구는 부러 심심산천에서 숨어 피는 두메꽃이 되고 싶다 하였지만, 깨닫고 보니 모든 꽃은 두메꽃이다. 심지어 번화가 한가운데서 피어난 꽃이라 해도 그들은 누구의 눈길을 위해서 있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냥 남들이 보든 안보든 상관없이 자기 자신으로 피어나고 지는 것이므로 어디에 피든 두메꽃이란 깨침이 왔다.

 

성령에는 두 가지 보완되는 특성이 있다. δύναμη와 Exusia 가 그것이다. 역사는 안타깝게도 후대로 갈수록 뒤나미스는 실종되고 엑수시아 만이 강조되었음을 보여준다. 엑수시아는 어떤 이가 그것에 의지하여 사명을 완수하거나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힘”, “권위”를 뜻한다. 성령을 받은 이는 엑수시아와 뒤나미스가 적절히 서로를 보완한다.

 

엑수시아는 그 인격밖에 있는 어떤 외적인 것이다. 반면에 뒤나미스는 내적인 “힘” “충동” 이며 그에게 고유한 활력이다. 자신의 존재증명을 위해 많은 것이 필요한 사람일수록 뒤나미스가 없는 것이다. 그래 그는 투명인간처럼 자신의 존재를 알리기 위해서도 많은 것으로 자신을 장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예수님 말씀의 요체는 부자라서 하늘나라에 못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그는 실체가 없기에 하느님 나라에 못 들어가는 것이리라. 실체가 없기에 투명인간처럼 온몸을 무엇으로든지 처바르는 존재양식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